[kjtimes=견재수 기자] 삼성중공업(대표이사 박대영)이 협력사 직원의 이직을 막는 ‘불법동의서’ 논란에 휩싸였다. 논란의 확대되자 수년 동안 이어진 불법동의서는 지난달 말 폐지한 것으로 드러났다.
하지만 삼성중공업 측은 이를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았다. 업계 일각에서는 “삼성중공업이 동의서 폐지를 공식적으로 밝히게 되면 그동안 자행해 온 불법을 회사 스스로가 인정하는 꼴이 되기 때문”이라는 해석이다.
4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이 수년간 ‘불법동의서’라는 관행을 통해 협력업체 직원들의 이직을 직간접적으로 관여해 온 것으로 드러났다.
삼성중공업 협력업체 A사에 재직하던 근로자가 자녀의 학교, 직장 내 문제, 이주 등의 사정으로, 삼성중공업의 또 다른 협력업체 B사로 이직 할 경우 전에 다녔던 회사의 동의서가 있어야만 한다는 것이다.
그렇지 않으면 1년 동안 삼성중공업 협력업체 어느 곳에서도 취직을 할 수가 없다는 내용이다. 이른바 ‘노예족쇄’라는 주장이 제기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삼성중공업 노동인권지킴이 김경습 위원장은 “삼성중공업에서는 협력사 노동자들이 다른 협력사로 갈려면 앞전에 다녔던 협력사로부터 "동의서"라는 것을 받아야 하며, 동의서를 받아오지 않으면 1년씩 다른 협력사에 취직 하지 못하도록 삼성중공업에서 규제를 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위원장은 “근로자들도 인간이며 가족이 있고 생존권이 있다”면서 “협력사 근로자들도 열심히 일을 하다가 사정이 생겨 다른 협력사로 갈수도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했다.
그는 “근로자들이 가장 힘들어 하는 부분은 상사와의 마찰과 임금의 불합리함 등인데, 회사를 옮기려 해도 1년 동안 다른 곳으로 이직할 수 없는 불법동의서가 존재해 상사에게 핍박을 받아도 참아야 했고, 업무숙련도가 높은 사람은 정당한 임금을 받기 위해 이직을 하려해도 할 수가 없으니 이것이 ‘노예족쇄’가 아니고 무엇이겠냐”며 일갈했다.
이어 “회사를 이직하면 임금상승 효과도 따라오는데, 불법동의서는 이를 원천봉쇄하겠다는 의도로 볼 수도 있다”며 “어떤 근로자는 5년 동안 임금이 동결된 사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노동부 측에서는 한마디로 ‘불법’이라는 입장이다. 동의서로 인해 다른 협력사로 가지 못하도록 규제하는 삼성중공업의 주체 부서가 있다면 동의서는 불법으로 간주한다는 것이다.
논란이 확산되자 삼성중공업 측은 불법동의서 관행을 지난달 폐지하기로 결정했다. 회사 관계자가 불법동의서를 규탄하고 폐지를 호소한 김 위원장을 찾아와 이 같은 소식을 전한 것이다.
김 위원장은 “3월말쯤 삼성중공업 간부를 직접 만나 회사 측에서 불법동의서를 폐지하기로 했다는 구두 통보를 받았다”고 말했다.
그는 “사측 관계자 얘기를 듣고 구두 상 통보라 반신반의 했지만 삼성중공업 협력사에 근무하는 근로자가 ‘가고 싶은 다른 협력업체로 이직할 수 있게 됐다’는 문자메시지를 보내와 삼성중공업 측이 불법동의서를 폐지하기로 한 사실을 믿게 됐다”고 말했다.
이어 “아직 폐지 사실을 모르는 삼성중공업 협력사 근로자들이 많은데 근로자들의 취업의 자유를 유린하고 노예족쇄 수단으로 삼았던 불법동의서가 재발되지 않도록 지속적으로 지켜볼 예정"이라고 했다.
삼성중공업 관계자는 본지와의 전화통화에서 "사실관계를 확인해보겠다"고 답한 후 아직까지 어떠한 해명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한편, 박대영 삼성중공업 사장은 노예족쇄-불법동의서 논란에도 지난해 '조선 빅3' 대표 가운데 가장 많은 보수를 챙겼다. 그가 챙긴 보수는 16억3800만원으로, 고재호 대우조선해양 사장(8억1000만원)보다 무려 2배 이상 많은 수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