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견재수 기자] 초호화 복지도 소용이 없었다. LH(토지주택공사) 여직원이 억대의 공금을 횡령한 것으로 드러나면서다. 취임사에서 자율·책임감·주인의식을 강조한 이재영 LH 사장은 면(面)이 서지 않게 됐다.
초호화 복지, 빚더미, 방만 경영 논란이 해마다 제기되고 있는 LH에서 수억원 대의 횡령 사건까지 터지자 파장은 더욱 확산될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신기남 새정치민주연합 의원과 LH에 따르면 LH 인천지역본부에서 매입임대주택 업무를 담당하는 여직원 A(35)씨가 억대의 공금을 횡령한 사건이 발생했다.
이 같은 사실은 지난 4일 LH의 자체 점검 과정에서 드러났고 회사 측은 자세한 사건 경위와 횡령 규모 등을 파악 중에 있다.
A씨는 대기발령 상태이며 LH는 조사 결과를 토대로 A씨를 사정기관에 고발 조치할지 여부를 결정할 예정인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사건으로 취임 1년이 채 되지 않은 이재영 사장의 인사시스템에 구멍이 뚫린 것이 아니냐는 지적이다. 특히 A씨는 지난 2010년에 사장 표창을 받은 것으로 알려지면서 이 같은 우려에 더욱 무게가 실리는 분위기다.
지난해 6월 이 사장은 취임사를 통해 “서민 주거안정과 지역경제 활성화 등 이런 업무를 제대로 하려면 업무담당 직원이 자율적으로 주인의식과 책임감으로 업무에 임해야 한다”고 말했다. 업무수행에 자율과 책임·주인의식을 강조한 것이다.
여기에 능력과 성과 위주의 인사시스템 도입 계획도 밝혔다. 하지만 직원의 억대 횡령 사건이 터지면서 이 사장의 면이 조금은 서지 않게 됐다는 분위기다.
당장 해결해야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특히 부채와 방만경영, 초호화 복지는 끊임없이 지적되고 있다.
이미 알려진 대로 LH는 공기업 가운데 부채가 가장 많은 곳이다. 지난해 6월 기준, 142조원의 부채에 하루 이자만 120여억원이다. 이자는 지속적으로 증가하고 있다.
그럼에도 올해 7월까지 2012년 경영실적에 따른 성과급으로 총 899억9500만원을 지급했다. 직원 1인당 1360만원씩 지급한 셈이다. 사내 동호회에도 연간 1억2000만원을 지원한 것으로 알려졌다.
혜택은 이뿐만이 아니었다. LH는 2012년 직원들에게 무이자 대출로 187억원을 썼다. 1인당 최고 9000만원까지 이자 한 푼 내지 않고 쓰다가 퇴직 한 달 전까지만 갚으면 되는 돈이다. 같은 방식으로 지난해에도 100억원이 넘는 대출금을 푼 것으로 추정된다.
정치권에서는 부채와 이자가 급증하는 상황에서 이 같은 혜택이 직원들에게 돌아가는 것은 과도하다는 지적과 함께 여전히 임직원들의 위기의식이 부족하다고 일갈했다. 또 부채가 많은 공기업들에 대해 도덕적 해이를 방지할 수 있도록 법안 마련을 검토하겠다는 목소리도 냈다.
하지만 해마다 반복되고 있는 방만 경영과 초호화 복지 논란에도 LH는 속 시원한 대안을 제시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다른 한편으론 ‘부채덩어리’, ‘부채 축소 1순위’ 공기업 수장인 이재영 LH 사장이 이 같은 정치권의 지적에 어떠한 해답을 내 놓을지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