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견재수 기자] 현대건설이 국내 원자력 연구개발 역사상 처음으로 유럽 원자력 기술수출 사업 수주에 성공했다.
24일 현대건설은 “네덜란드 연구용 원자로 개선사업(델프트 공대 연구로 출력증강 및 냉중성자 설비 구축사업/이하 OYSTER**프로젝트) 국제 경쟁 입찰에서 원자력 선진국들을 제치고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됐다”고 밝혔다.
수주에 성공한 동 사업은 현재 네덜란드 델프트 공대에서 운영 중인 연구로의 열출력 증강(2MW→3MW)을 위한 시설개조 및 냉중성자 연구설비 구축을 완료하는 사업으로, 현대건설은 한국원자력연구원, 현대엔지니어링과 함께 컨소시엄(이하 KAERI 컨소시엄)을 구성했다.
수주한 사업의 계약금액은 약 1900만 유로 한화로 약 260억원 규모이며, 오는 2017년 말완료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번 국제입찰 과정에서 우리나라의 KAERI 컨소시엄은 글로벌 원자력 기업인 AREVA(프랑스)와 NUKEM(독일)-NIEKET(러시아) 컨소시엄 등과 마지막까지 치열한 경합을 벌였다.
그간 우리나라의 원자력 기술은 ①하나로(30MWt) 자력설계‧건조‧운영(‘95년) ②UAE 상용원전(1,400MWt) 수출(‘09년) ③요르단연구로 시스템(5MWt) 일괄수출 달성(‘09년) ③수출용 신형 연구로(20MWt) 구축 착수 (’12년∼) 등 꾸준한 기술 확보와 수출을 성공적으로 수행해 왔다.
지난 2009년과 2012년에도 태국 연구용 원자로 개선사업과 말레이시아 연구용 원자로 디지털 시스템 구축 사업 등을 각각 추진해 왔다. 그러나 모두 중동과 동남아 국가에 한정돼 있었다.
하지만 이번에는 달랐다. 프랑스 ILL, 독일 FRM-2 등 세계 최고 성능의 연구로가 존재하는 유럽지역에서 국산 연구로 기술을 수출하는데 성공해 국내 원자력 기술력이 세계 최고 수준임을 확인하는 발판을 마련는 계기를 만들 것이다.
특히 아시아를 넘어 유럽시장에서 글로벌 원자력 기업들을 제쳤다는 점은 우리나라 원자력기술의 우수성과 수출경쟁력을 국제무대에서 다시 한 번 인정받게 되는 계기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사업 수주는 지난 3월말 네덜란드 헤이그에서 열린 제3차 핵안보정상회의에서 박근혜 대통령의 정상외교가 큰 영향을 미쳤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당시 박 대통령은 마르크 루터 네덜란드 총리와의 정상회담을 통해 우리 원자력 기술의 우수성 홍보와 OYSTER 사업을 포함한 연구로 분야 기술협력에 대한 적극적인 세일즈 외교를 펼쳤다.
원자력 분야 전문가들은 동 사업의 핵심인 냉중성자 설비분야가 정부차원의 연구개발투자로 세계 수준의 기술력을 확보해 다시 이 기술을 해외에 수출하는 국가 R&D 투자 선순환 구조의 모범적인 사례라는 시각이다.
냉중성자 설비는 미래부 원자력연구개발사업의 일환으로 지난 2003년 7월부터 7년여에 걸쳐 396억원을 투입해 하나로 연구로에 추가 구축한 모델이 기본이 됐다.
특히 X-선이나 레이저와 달리 살아있는 세포 생체물질을 파괴하지 않고 분석할 수 있어 신약개발 등 생명공학 분야의 연구개발에 핵심 역할을 수행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전자부품, 컴퓨터칩 개발에 활용되는 나노소재 원천기술 개발, 난치병 치료에 활용되는 약물전달 물질 개발 등도 이 범주에 속한다.
현대건설은 지난 1972년 우리나라 첫 번째 원전 ‘고리 1호기’를 시작으로 40여 년간 원자력산업 전 분야를 최초로 수행한 기업이며 국내최초의 가압경수로(고리1호기) 및 가압중수로(월성1호기) 건설이후 국내에서 운영 중인 23기 중 14기의 원전을 완공했다.
또 국내외 9기의 건설 원전 중 8기를 시공 중이며, 하나로 연구로 구축사업에도 참여한 노하우를 바탕으로 향후 원자력 사업의 해외진출 확대에 크게 기여할 것으로 주목받고 있다.
최문기 미래부 장관은 “이번 OYSTER 프로젝트 수주로 지난 ‘09년 수주에 성공한 요르단 연구 및 교육용 원자로 건설사업에 이어, 유럽 원자력 기술 수출을 위한 초석을 마련했으며, 네덜란드측의 예산확보 어려움으로 잠정 중단되었으나, 향후 국제입찰 예정인 연구용 원자로 건설사업(PALLAS 사업*) 입찰에서도 상당히 유리한 고지를 선점한 것으로 평가”한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