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견재수 기자] 현대기아차그룹(회장 정몽구)이 ‘총괄’체제로 이어온 중국사업부를 ‘책임’체제로 변경했다. 지난 4월 용퇴한 설영흥 전 부회장의 총 책임제에서 현대차와 기아차가 중국사업부를 각각 분리 운영토록 개편한 것이다.
29일 현대기아차는 중국내 사업을 총괄 임원 한 사람이 책임지던 기존 방식에서 생산‧판매부분을 각사의 중국사업부로 분리 운영하는 조직 개편이 이뤄졌다고 밝혔다.
이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차는 중국내 생산과 판매 부분을 각사의 중국사업부로 분리 운영해 책임경영을 강화하고 해외생산거점관리를 일원화하기로 했다.
대외협력과 중장기 사업전략 수립 및 각사 중국사업부와 협업 등 중국전략담당도 신설했다. 현재 중국사업총괄을 맡고 있는 최성기 사장 업무에 함께 포함됐다.
현대차 관계자는 “그동안 중국사업의 특수성을 감안해 여타 해외 사업부와 달리 중국사업본부를 별도 총괄조직으로 운영해왔지만 중국 시장의 지속성장을 위해 조직을 보다 세분화하고 책임경영을 강화할 필요성이 대두됐다”고 이번 조직 개편에 대해 설명했다.
그동안 중국사업은 지난 4월 사퇴한 설 전 부회장이 총괄체제로 도맡아 왔다. 그는 현대차그룹이 베이징자동차와 합작사를 설립한 지난 2002년 이후 중국 내 점유율 3위까지 올라가는데 가장 큰 공을 세운 인물로 알려졌다.
화교 출신 그는 7살 위인 정몽구 회장과 학창시절부터 인연을 맺었으며, 정 회장의 가신으로 분류돼 왔다. 1994년 현대정공(現 현대모비스) 중국사업총괄 고문으로 입사해 10년 만인 2004년 현대차그룹 부회장에 오르기도 했다.
그룹 안팎에서는 설 전 부회장을 정 회장과의 막역한 사이를 넘어 때론 ‘수평적 관계’에 있는 동업자 개념으로도 본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였다. 업계에서는 중국 베이징에 위치한 현대차 공장 3곳도 설 부회장의 작품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무엇보다 ‘꽌시(관계)’로 통하는 중국비즈니스 환경에서 지금의 현대차를 있게 한 장본인으로 불린다. 업계에서는 설 전 부회장이 없으면 중국 내 현대차도 없었을 것이라는 얘기를 종종하곤 한다.
그런 그가 지난 4월 돌연 사퇴했다. 얘기치 못한 소식에 재계 호사가들은 그의 사퇴 배경에 큰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또 이와 관련한 다양한 설들을 내뱉었다.
우선 중국 내 현대차 제 4공장 건립을 놓고 지지부진한 흐름이 단초가 된 게 아니냐는 시각이다. 하지만 오랜 시간 이어온 두 사람의 인연에 비춰볼 때 설득력이 낮다는 시각이다.
이어 정의선 부회장의 후계 승계를 위해서라는 관측도 나왔다. 설 부회장의 사퇴에 앞서 정 회장의 최측근인 최한영 상용차담당 부회장이 퇴진했는데 후계 구도에 다소 부담이 될 수 있는 인물들이 알아서 뒤로 물러난 게 아니냐는 것이다.
최근에는 시진핑 중국 주석이 관료들의 비리척결을 외치는 분위기와 관련이 있다는 설도 제기되고 있다. 이와 관련 재계 일각에서는 그가 ‘정몽구 회장 해외비자금’을 관리했다는 추측과 함께 사정당국의 ‘내사설’까지 나돌기도 했다.
현대차의 중국 진출에 큰 힘을 발휘한 설 부회장은 중국 내 상당한 인적 네트워크를 갖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는데, 큰 자금이 오가는 자동차산업 특성상 혹시라도 누락된 자금에 대해 중국이나 한국 측 사정당국이 수상한(?) 자금으로 보고 사실관계를 확인할 수 있다는 부담감 작용한 것이 아니냐는 관측이다.
이런 경우 현대기아차그룹의 중국사업을 총체적으로 맡아온 설 전 부회장의 역할(?)이 중요한데 회사에 몸을 담고 있다면 회사 차원에서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것이다.
이런저런 설들을 모두 재칠 수 있는 것은 무엇보다 정 회장이 보여온 ‘럭비공 인사’다. 일각에서는 퇴직한지 10년이나 된 임원을 다시 불러들이는 정 회장의 인사 스타일을 볼 때 설 전 부회장의 복귀 가능성도 무리가 아니라는 시각이다.
현대차의 글로벌 시장 가운데 중국사업의 중요성은 강조해도 부족하지 않다는 점이 이 같은 시각을 뒷받침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