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jtimes=견재수 기자] 에쓰오일이 정년퇴직 후 일선에서 물러났던 김동철 전 수석부사장(64)을 관리총괄부사장으로 재선임했다.
기업이 퇴직 임원을 고문으로 앉히는 것은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지만, 정년퇴직 한 임원을 재선임 하는 것은 재계 전반에 걸쳐 흔치 않은 사례다. 김 부사장의 복귀에 재계가 관심을 보이는 이유 중 하나다.
지난 1일 에쓰오일은 김 전 수석부사장을 총괄부사장으로 공식 선임했다. 김 부사장의 자리가 공식화 되면서 총무와 인사 조직은 물론 홍보를 포함한 대외업무까지 총괄하게 됐다.
김 부사장은 1980년 에쓰오일의 전신인 쌍용정유에 입사해 30여 년 동안 대관·홍보업무 통으로 활약해 왔다. 퇴직 직전까지는 (관리BL헤드)수석부사장으로, 에쓰오일 최대주주 ‘아람코’에서 파견한 나세르 알 마하셔(한국명 나세일)CEO 다음 위치였다.
2012년 정년퇴직한 이후에는 회사의 CEO Deputy(고문) 역할을 하며 대외적인 자리에 가끔씩 모습을 나타내곤 했다. 어느 정도 회사 경영에 참여해 왔다는 것이다.
에쓰오일 관계자는 “김 부사장이 정년퇴직 이후에도 CEO Deputy를 맡는 등 원래 내부에서 계속 활동해 왔다”며 “복귀나 영입이라는 표현은 맞지 않다”고 설명했다.
이 같은 회사 측의 설명에도 재계 일각에서는 정년을 넘긴 김 부사장을 일선으로 다시 부른 배경이 자못 궁금하다는 표정이다.
최근 국내 정유 업계는 대내외적인 악재로 인해 실적부진에 빠져 있고 인력감축과 사업규모 축소 등 비용절감을 위해 전사적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올 3분기 약 400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한 에쓰오일도 실적악화의 늪에 빠져있다.
업황 자체의 침체기가 이어지고 있지만 어느 기업이든 최대한 빨리 부진에서 탈출할 수 있는 묘안이 절실한 상황이다.
비록 2년 만에 일선으로 재배치되긴 했으나, 정년퇴직 이후에도 회사 내에서 CEO Deputy(고문) 역할을 하며 일정부분 경영에 참여해 왔기 때문에 업무상 공백은 없을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김 부사장이 공식적으로 일선에 배치된 만큼 대외적인 소통 채널의 역할이 원활하게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다.
에쓰오일의 2대주주였던 한진그룹과의 결별도 김 부사장을 복귀시킨 또 다른 배경으로 꼽힌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을 비롯해 한진그룹 내 인사들은 2대주주였던 만큼 에쓰오일의 대외업무에 큰 도움을 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올해 7월 한진그룹 계열사인 한진에너지는 보유하고 있던 28.4%의 지분 전량 에쓰오일의 최대주주인 ‘아람코’ 자회사 아람코오버시즈컴퍼니에 매각했다. 아람코는 기존 보유분 35%까지 합해 에쓰오일 지분 63.4%를 확보하게 됐다.
대외업무에 적지 않은 역할을 했던 한진그룹이 손을 떼면서 대외업무에 공백이 생겼고 김 부사장이 대외협력 전문가라는 점이 그를 일선으로 불러들이게 된 또 다른 배경이 될 수 있었을 것이다.
대구 계성고 출신으로 TK인사로 분류되는 김 부사장의 학연·지연도 일선 재배치 배경이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정관계 요직에 TK인맥이 적지 않은데다 최근 대기업들이 대구 계성고 인사를 중용하고 있는 재계 분위기도 이 같은 시선을 뒷받침 하고 있다.
지난 10일 한화그룹 경영기획실장(사장)에 임명된 금춘수 한화차이나 사장이나 올해 초 롯데건설 대표이사로 선임된 김치현 사장, 이만우 SK그룹 부사장도 재계의 계성고 인맥으로 꼽힌다.
이에 대해 에쓰오일 관계자는 “자격과 인물을 보고 중용하는 것이 맞는 것 아니겠냐”며 “이 부분에 대해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못한 것 같다”고 선을 그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