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봄내 기자]대한항공이 5000억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결정하면서 증권가에서 시기와 목적에 대한 의구심을 나타내고 있다. 증자를 결정한 시기와 목적에 의문을 제기하는 목소리가 들리고 있는 것이다. 이는 대체로 재무구조 개선 효과를 예상하고 있는 것과는 다른 시각이다.
대한항공이 유상증자 계획 소식을 전한 것은 전날인 6일 장 마감 후 공시를 통해서다. 공시에 따르면 유상증자 규모는 총 5000억원으로 예상 신주 발행가액은 전날 대한항공 종가보다 약 23% 낮은 3만5300원이다. 또 신주 발행주식수는 기존 발행주식수의 24%인 1416만주다.
대한항공은 이번 유상증자의 목적과 증권가가 대체로 기대하는 증자 효과에 대해 재무구조 개선이라는 입장을 내놓고 있다.
지난해 3분기 말 기준으로 대한항공의 연결 재무제표 기준 차입금은 15조9000억원이며 이에 따른 연간 이자비용은 4000억원 규모다.
교보증권은 유상증자로 유입되는 현금 5000억원을 모두 차입금 상환에 활용한다면 차입금 평균 금리를 약 2%로 가정할 시 100억원 규모의 이자비용을 절감할 수 있다고 추산했다.
증권가 일각에선 유상증자로 자본이 늘고 부채가 줄면 부채비율도 낮아진다고 보고 있다.
KB투자증권은 지난해 3분기 말 기준 대한항공의 부채비율은 837%인데 유상증자로 5000억원의 자본이 보충되면 부채비율은 688%로 낮아질 것으로 분석했다.
하지만 증시전문가들의 시각은 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이들은 대한항공의 유상증자 결정이 투자심리와 주가에 부정적 영향을 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하고 있다.
한 증시전문가는 “대한항공의 이번 유상증자 결정은 단기적으로 투자심리를 위축시킬 수 있다”면서 “한 회사가 유상증자를 결정하면 주식 수가 늘어나면서 주당 가치가 희석되기 때문에 통상적으로 유상증자는 해당 회사 주가에 단기적 악재”라고 지적했다.
증권가 일각에선 대한항공이 이번 유상증자를 통해 한진해운을 지원할 가능성이 있다을 배제할 수 없다는 지적을 내놓고 있다. 이는 불확실성 요인으로 작용할 수 있다는 것이다. 대한항공은 한진해운의 지분 33.23%를 보유한 한진해운의 최대주주다.
한진해운의 차입금 중 1조5000억원 가량의 만기가 올해 안에 도래하는 상황에서 에쓰오일 매각대금 유입이 예상보다 지연돼 대한항공이 유상증자를 통해 한진해운을 지원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강성진 KB투자증권 연구원은 “대한항공의 유상증자 배경에는 한진해운 지원 가능성에 대한 대비도 있다고 판단한다”면서 “우려하는 바와 같이 대한항공이 조달한 자금이 한진해운 지원에 사용된다면 대한항공의 주가는 계속 부정적 영향을 받을 것”으로 예상했다.
그런가 하면 일부 증시전문가들은 이번 대한항공의 유상증자 결정 시기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박은경 삼성증권 연구원은 “유가 급락이 본격적으로 실적에 반영돼 추가적인 주가 상승을 기대할 수 있는 시점에서 유상증자를 결정했기 때문에 회사 측 입장에서 고려할 때 유상증자 발표 시점에 대한 의문이 남는다”면서 “다만 기존 주주 입장에선 비교적 낮은 가격에서 주주 우선 배정으로 유상증자가 이뤄지기 때문에 유리하다”고 판단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