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정소영 기자]최근 공기업 내부승진 출신 사장들이 연달아 부패혐의로 무너지면서 그 후폭풍에 관심이 쏠리고 있다. 일각에선 다시 관피아가 득세하는 것 아니냐는 전망도 나온다.
이 같은 전망은 소위 퇴직 관료나 정치인이 공기업 사장으로 선임되는 ‘관피아’, ‘정피아’의 폐해를 타파하기 위해 내부 출신 인사들이 등용됐지만 결과가 좋지 못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분석에 기인한다.
사실 각 공기업 내부출신 사장들은 이른바 ‘관피아’나 ‘정피아’ 척결의 대안으로 등장했다. 하지만 연이어 부패혐의로 줄줄이 ‘쇠고랑’을 차면서 이들이 공기업의 방만 경영을 타파하고 구조개혁과 혁신의 바람을 몰고 오기에는 역부족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실제 11일 산업통상자원부와 기획재정부, 공기업 등에 따르면 한국가스공사의 공채 1기로 첫 내부 출신 사장에 오른 장석효 사장은 부패 혐의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장 사장에 대한 해임 절차를 진행하고 있다.
장 사장은 회사에 30억3000만원 상당의 손해를 끼친 혐의로 지난달 26일 불구속 기소됐다. 지난 2011∼2013년 모 예인선 업체 대표로 재직하면서 업체 이사 6명의 보수 한도인 6억원을 초과해 연봉을 지급하거나 자신의 가족 해외여행 경비를 법인카드로 사용한 혐의다.
사실 그는 지난해 7월 지식경제부 차관 출신 인사와 경합했다가 가스공사 사장으로 선임돼 주목을 받았다. 게다가 가스공사 창립 30년 만에 내부 출신 인사가 사장까지 오른 것은 처음이어서 직원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았다.
산업부는 지난 7일 열린 가스공사 이사회에서 장 사장에 대한 해임건의 요청안이 부결되자 윤상직 장관 직권으로 해임건의를 추진하기로 하고 공공기관운영위원회 소집을 기획재정부에 요청한 상태다.
몰락한 공기업 사장은 또 있다. 무역보험공사 전신인 수출보험공사에 입사해 주요 요직을 거친 첫 내부 출신 조계륭 전 한국무역보험공사 사장이 그 장본인이다.
조 전 사장은 가전업체 모뉴엘로부터 금품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말 구속됐다. 그는 모뉴엘의 대표로부터 단기 수출보험과 수출신용보증에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수천만 원 상당의 금품을 수수한 혐의를 받고 있다.
한국전력으로 입사해 자회사인 한국서부발전 사장과 한국수력원자력 사장을 지낸 김종신 전 한국수력원자력 사장도 구속 기소됐다. 원전 용수처리 업체로부터 납품 계약과 관련해 편의를 봐달라는 청탁과 함께 1억3000만원을 받은 혐의다. 대법원은 지난 4일 김 전 사장에 대해 징역 5년과 벌금 2억1000만원, 추징금 1억7000만원을 선고한 원심을 확정했다.
그런가 하면 동서발전의 장주옥 사장과 회사 간부들이 검찰의 수사선상에 올라있다. 검찰은 현재 이들이 인사 청탁의 대가로 금품을 챙긴 정황이 있다며 동서발전 울산본사를 압수수색하는 등 수사를 진행하고 있는 상태다.
이처럼 공기업 사장들의 부패혐의가 줄줄이 드러나면서 당분간 공기업에 대한 사정 한파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된다는 게 업계의 중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