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견재수 기자]대한항공이 불안하다. ‘땅콩회항’ 사건으로 세간의 뭇매를 맞고 있는 가운데 이번에는 조현아 전 대한항공 부사장의 ‘구치소 갑질’ 논란까지 불거지며 첩첩산중에 놓인 형국이다.
더욱이 3월에 열리는 정기 주주총회는 작금의 사태에 대한 책임 있는 반영이 이루어질지 관심사로 떠오르고 있다. 이에 <본지>는 사내이사 5명과 사외이사 6명을 두고 있는 대한항공의 정기주총의 관전 포인트를 짚어 봤다.
하나…조현아 전 부사장 물러난 사내이사 자리, 조현민 전무 등극(?)
대한항공의 주총에서 가장 관심을 끄는 관전 포인트다. 조 전 부사장이 내려놓은 사내이사 자리에 동생인 조현민 전무가 들어갈지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상황이다.
11일 금감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조 전 부사장의 이름은 올 초 대한항공이 공시한 유상증자결정 신고서에 기재된 등기임원현황에서 빠져 있다.
서울대 경영대학원에서 글로벌 경영학을 전공한 조 전무는 지난해 8월 31세에 최연소 대기업 임원으로 조사돼 화제가 됐던 인물이다. 현재 조 전무는 대한항공 전무 겸 진에어 본부장, 여행 동화작가로도 활발한 활동을 하고 있지만 대한항공 등기이사에는 이름을 올리지 않고 있다.
대한항공의 사내 등기이사는 모두 6명으로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과 조 회장의 매형인 이태희 그룹 법률고문, 지창훈 총괄 대표, 이상균 부회장, 조 회장의 장남인 조원태 부사장 등이다. 장녀인 조 전 부사장은 등기이사에 이름을 올렸다가 여론의 뭇매에 이름을 내려놓았다.
둘…조원태 부사장 사내이사직 재선임 될까(?)
재계가 주목하는 두 번째 관전 포인트는 조원태 부사장이 사내이사직을 지켜낼지 여부다. 조 부사장은 내달 15일로 등기이사 임기 만료를 앞두고 있다.
누나인 조 전 부사장이 등기이사직 상실로 도덕성에 치명타를 입은 반면 조 부사장은 후계 승계 작업에 한층 속도를 높일 것이라는 재계의 관측이 나오고 있다. 큰 이변이 없는 한 재선임 될 가능성이 높다는 시각이 많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뚜렷한 성과를 꼽기 어렵고 과거 ‘욕설논란’과 ‘구타논란’ 등 도덕성에 치명적인 타격을 입은 전력을 안고 있다는 점을 들어 재선임 여부와 후계구도 승계에 대해 부정적인 시각이다.
특히 현재 여론을 감안했을 때 조양호 회장이 먼저 자녀인 조 부사장과 조 전무를 등기이사직에 올리기 부담스러울 것이라는 관측이다.
여기에 장녀인 조 전 부사장으로부터 촉발된 부정적 여론이 이들의 발목을 잡을 수 있다는 점을 배제할 수 없다는 목소리도 들린다.
일련의 사태로 인해 회사의 가치가 위협받아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안팎의 시각은 조 회장 일가의 책임론을 더욱 가중시키는 요소라는 지적이다.
셋…성희롱 의혹 서울대 A교수 사외이사로 안고 간다(?)
이번 주총에서는 오너 일가의 선임에 못지않은 또 다른 관심거리가 있다. 바로 사외이사 선임 건이다.
지난달 22일 대한항공 사외이사로 있던 현정택 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이 사퇴함으로써 대한항공 사외이사 1자리는 현재 공석인 상태다. 당연히 이 자리를 누가 메울지에 대한 관심은 높아지고 있다.
하지만 지난 2000년부터 15년간 대한항공 사외이사자리를 지키고 있는 서울대 A교수의 재선임 여부와 비교해보면 무게감이 떨어진다.
A교수는 4800만원 수준의 사외이사 보수를 챙겨 왔지만 올해는 이 같은 연봉을 꾸준히 챙길 수 있을지 쉽지 않아 보인다. 최근 여학생을 상습적으로 성희롱했다는 혐의가 불거지면서다.
A교수는 술자리 등에서 여학생 뺨에 입을 맞추거나 남자친구와의 관계를 묻고 여학생에게 사적인 만남을 요구하는 문자를 보내는 등 수년간 여학생들을 성희롱 했다는 신고가 접수돼 서울대 인권센터의 조사를 받고 있다.
가뜩이나 땅콩회항으로 곤란한 입장에 놓여 있는 대한항공이 이번 주총을 통해 성희롱 의혹을 받고 있는 A교수의 재선임을 이어간다면 괜한 역풍까지 감수해야할 처지에 놓일 것이라는 관측이다.
이 같은 상황은 대한항공이 정기주총을 통해 사면초가에 내몰릴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기하는 배경으로 꼽히고 있다.
한편 대한항공 관계자는 “3월에 열릴 주주총회에 대한 정확한 날짜가 확정되지 않은 상황이며 사내이사와 사외이사 재선임과 같은 안건도 아직 미정”이라며 말을 아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