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벌그룹이 보유하고 있는 골프장들이 경영난을 겪으면서 계열사들까지 구원투수로 나서고 있지만 실적 면에서 초라한 성적표를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최근 계열사의 세무조사로 진통을 겪고 있는 신세계그룹도 또 다른 계열사인 신세계건설이 운영하는 골프장으로 인해 ‘속앓이’를 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30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현재 신세계건설이 운영하고 있는 여주 자유, 트리니티CC의 매출 절반 이상은 계열사들의 매출로 유지하고 있다.
신세계건설의 최대주주는 이마트(32.40%)이며, 2대 주주인 이명희 회장 외 특수관계인의 보유지분은 10.30%다. 주목되는 부분은 이마트의 지분구조인데 이명희 회장 17.30%, 정용진 부회장 7.32%, 정유경 상무 2.51% 등 이명희 회장 일가가 27.13%를 보유하고 있다.
신세계건설이 보유하고 있는 골프장 매출이 기대에 미치지 못한다면 오너 일가에게 ‘미운 오리 새끼’로 전락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올 수도 있는 대목이다.
신세계건설이 운영하고 있는 골프장은 정회원 입회금이 15억원에 달하고 연회원 이용료가 7000만원 수준일 정도로 고급회원제로 운영되고 있다. 이들 골프장의 지난해 매출은 137억원(2014년 12월 기준)으로, 이 가운데 82억원이 계열사를 통한 매출이며 이는 전체의 59%에 해당하는 비중이다.
물론 최대 고객은 소유주인 이마트로 63억원을 지출했다. 여기에 타 계열사들이 12억원의 지출을 발생시키며 골프장 매출에 기여했다. 이밖에 계열사들은 7억원의 이용료를 지불하기도 했다.
계열사들이 열심히 몰아줘도 골프장의 영업 손실이 계속 발생하고 있다는 점은 그룹 경영진 입장에서 애물단지로 여겨질 만한 소지가 충분하다.
매출 137억원에 영업손실 125억원이 지난해 골프장이 받아든 성적표다. 올해 1분기도 매출 24억원에 영업손실 23억원을 기록하며 사정은 별반 다르지 않은 분위기다.
신세계그룹 측은 애초에 명문골프장을 만들어보자는 취지였기 때문에 수익사업으로 보고 진행한 부분이 아니라는 측면에서 접근해줬으면 좋겠다는 입장이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수익적인 면에서 현재까지 수익이 안 나고 있지만 모든 사업이 수익을 남기려고 하는 것은 아니지 않느냐”며 “세계적인 명문골프장을 만들어보자는 취지로 시작했지 애초 수익 사업으로 보고 진행한 부분이 아니라는 점을 봐줬으면 좋겠다”는 입장을 전했다.
그는 또 “골퍼 중에는 트리니티CC를 가본 사람과 가보지 않은 사람으로 나뉜다는 얘기가 있을 정도”라며 “그런 부분들이 일단 초기에 신뢰와 명성을 쌓을 수 있는 기반으로 생각했고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것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신세계그룹 관계자는 “개인 또는 외국인 주주들이 골프장 사업과 관련해 손실이라고 봤다면 회사의 주가가 지금처럼 오르지 않았을 것”이라며 “(명문골프장을 지향한 취지를)무형의 가치로 봤기 때문이고 주주들이 이런 점을 공감한 점이 주가에 반영된 것 같다”고 말했다.
한편, 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골프장 산업의 경우 향후 1~3년 동안 법정관리를 거쳐 채권단이 출자전환하거나 제3자인수방식을 통해 정리될 것이라는 예상을 내놓았다. 다시 말해 골프장 M&A 시장이 활성화 될 수 있다는 관측이다.
이와 비슷한 맥락에서 건설사들이 골프장을 운영할 시 회사 재무구조에 악영향을 끼칠 가능성이 높다는 관측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재벌그룹들이 보유하고 있는 골프장은 공사 매출 채권을 회수 하지 못해 인수한 경우가 대부분”이라면서 “현재 골프장이 포화상태에 달해 장기간 건설사의 재무구조에 악영향을 미칠 가능서이 높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