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재계 일각에선 직원의 연봉과 최고경영자(CEO)의 연봉 격차에 대에 비판의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도대체 ‘CEO이 연봉이 직원보다 얼마나 많아야 할까’가 핵심이다. 국내 기업들은 미국 기업들이 ‘CEO-근로자 연봉비율’ 공개를 의무화한 것처럼 해야 한다는 주장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KJtimes]에선 각 업계별로 그 실태를 분석했다. 그 첫 번째는 제약업계다.[편집자 주]

17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올해 1~3분기 누적 기준으로 가장 정상에 있는 인물은 김원배 동아에스티 대표다. 김 대표는 회사 지분 0.06%(4736주)를 가지고 있으며 급여 6억9800만원으로 ‘연봉킹’에 이름을 올렸다. 지난 1월부터 9월까지 6억3800만원의 급여 외에 6000만원의 상여금도 지급 받았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선 이를 두고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김 대표의 연봉은 업계에선 ‘최고’의 대우를 받고 있지만 총 1589명이 근무하는 동아에스티의 직원 연봉은 10대 제약사 평균 4500만원에 미치지 못하는 급여를 받고 있다는 점에서다.
실제 동아에스티 직원 1인당 평균 급여는 4100만원인 것으로 나타났다. 남직원은 3분기 누적 평균 4600만원을 수령했고 여직원은 2700만원을 받았다. 김 대표는 직원 평균연봉보다 17배를 더 받고 있는 셈이다.
동아에스티는 사실 그동안 부진을 면치 못했다. 그러던 중 전문의약품 부문 실적이 올 3분기 들어 반등했다.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138억원이었던 누적영업이익은 올 3분기까지 157억원을 넘었다. 전년 대비 19억원(13.8%) 증가한 것이다.
문제는 그렇다고 해서 안심할 상황이 아니라는 점이다. 소화불량치료제 ‘모티리톤’과 발기부전치료제 ‘자이데나’ 등의 판매가 호조를 보이고 있지만 대표 의약품인 ‘스티렌’ 매출이 계속 줄고 있어서다. 올 상반기 스티렌 매출은 209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에 비해 28.6%(84억 원) 급감했다. 이에 따라 신약 개발이 시급한 상황이라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본지>는 동아에스티 측에 ▲대표의 연봉은 업계 ‘최고’ 대우를 받고 있지만 직원 연봉은 10대 제약사 평균에 미치지 못하는 업계 하위권을 형성하고 있는 것에 대해 입장을 듣고 싶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업계 ‘연봉킹’ 두 번째 명단에 이름을 올린 인물은 정일재 LG생명과학 대표다. 이 회사 지분 0.08%(1만4000주)를 보유 중인 정 대표는 6억6800만원의 연봉을 받았다. 그는 특히 상여금 없이 순수 급여로만 연봉을 받아 주목을 끌고 있다.
정 대표가 이처럼 높은 연봉을 받는 것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다. LG생명과학은 CEO와 직원 모두에게 높은 급여를 주는 제약사라는 게 이유로 꼽힌다.
실제 의약품 파트와 정밀화학 파트에서 근무하는 1385명의 이 회사 직원들은 평균 5400만원을 받고 있다. 남직원의 경우 의약품 파트는 평균 5700만원을, 정밀화학 파트는 평균 6000만원을 수령했다. 여직원의 경우 의약품 파트와 정밀화학 파트는 각각 평균 4400만원을 받았다. 정 대표는 직원 평균연봉 대비 12배를 받고 있는 셈이다.
LG생명과학의 실적도 좋다. 전자공시에 따르면 지난해 56억원이었던 누적 영업이익은 올해 3분기 189억원을 기록하고 있다. 전년 대비 133억원(238.7%) 성장한 셈이다.
제약업계에서 누구보다 눈길을 끄는 인물은 따로 있다. 바로 회사 지분 14.91%(187만8397주)를 보유하고 있는 김영진 한독 대표가 그 주인공이다.
한독의 오너이기도 한 김 대표는 급여 3억6200만원과 상여금 1억4100만원을 더해 총 5억300만원을 수령해 ‘연봉킹 3위’에 올라 있다. 김 대표는 급여 3억6200만원과 상여금 1억4100만원을 더해 총 5억300만원을 수령했다.
반면 881명이 근무하는 한독 직원들의 평균 급여는 4500만원이다. 이는 10대 제약사 평균 수준에 해당한다. 남직원은 평균 5067만원을 수령했고 여직원은 3716만원을 받았다. 김 대표는 직원 평균연봉에 비해 11배를 받고 있는 셈이다.
배당금까지 반영하면 그 격차는 더 벌어진다. 한독은 지난 2012년 주당 150원을 배당했고 이듬해에는 주당 200원, 지난해에는 주당 150원을 배당했다. 그는 이에 따라 매년 2억8000만~3억7000만원 정도를 따로 받았다.
'업계 톱3'에 해당하는 김 대표의 연봉에 비해 실적은 초라하다는 지적이다. 전자공시에 따르면 한독은 지난해 누적 영업이익이 70억7000만원이었지만 올 3분기 누적 영업이익은 1억6000만원으로 지난해에 비해 40% 가까이 급감했다. 역성장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것. 수익성 역시 급락세다.
한독의 이 같은 실적은 외형과 내실을 모두 놓치고 있다는 것이 업계 일각의 시각이다. 손대는 사업마다 역주행하고 계열사로 편입된 제넥신과 한독테바마저 한독의 순익을 계속해서 갉아먹고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CEO의 연봉만큼은 ‘업계 톱3’에 해당될 정도로 받고 있다는 것은 곱지 않은 시선을 야기 시킬만한 명분을 제공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사실 김 대표는 회장 체제로 전환하면서 바이오벤처 제넥신 투자, 한독테바 설립의 인수·합병(M&A) 등 통 큰 투자를 진행해왔다. 그리고 지난 2013년 순익률이 전년비 113%나 증가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2월부터 상황이 달라졌다. 당시 한독은 575억원을 들여 태평양제약 제약부문을 본격 인수했다. 그 뒤로 영업의 저조현상을 보이며 여전히 고전 중에 있다.
<본지>는 2세인 대표의 연봉이 업계 3위인 것에 비해 직원들의 평균 연봉은 업계 중간이며 특히 회사가 계속 역성장을 하고 있는 상황에서 대표 연봉이 높은 것에 대한 입장을 들고자 했지만 답변을 듣지 못했다.
한편 미국 연방정부는 지난 8월 기업들이 CEO와 직원의 연봉 비율을 공개하는 제도를 도입했다. 아울러 점점 높아지는 CEO의 연봉이 다른 임원들의 연봉까지 덩달아 상승시킨다며 소득 불평등의 원인으로 지목해 국내외의 관심을 끌었다.
특히 민간연구소 데모스가 최근 CEO 임금삭감이 직원들의 소득 개선에 얼마나 이바지할 수 있는지 계산한 보고서를 내놓아 눈길을 잡았다. 미국 10대 기업의 CEO 연봉을 100만 달러(약 11억4000만원) 삭감해 차액을 그 회사 근로자들에게 똑같이 나눠주는 식이다.
직원 232명인 갬코 인베스트는 직원들 연봉이 무려 37만7235달러(4억3000만원) 올랐다. 직원 18만명인 월트디즈니의 직원들도 253달러(39만원)를 더 받았다. 10대 기업 직원의 평균 인상액은 1419달러(162만원)로 미 통계국이 발표한 근로자 평균연봉 2만8000~3만5000달러(3200만원~4000만원) 대비 4~5%의 인상효과가 나타난 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여론조사에서 수긍할 만한 연봉 격차가 12배 정도로 나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연봉 격차가 커지면 우리 사회에 강한 반기업 정서를 부채질 할 우려가 있고 기업 안에서 위와 아래가 손발이 맞지 않을 수도 있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