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한 경제, 한국인 '마음의 온도'는 몇 도?

[KJtimes=김봄내 기자]청년 실업, 저성장 터널 진입, 구조조정, 가계부채 사상 최대, 노후 파산 등 늘어만 가는 경제관련 부정적 단어들이 심리적 추위를 더해주고 있다. 경제 불황으로 우울한 경제 지표 시대에 팍팍한 삶을 헤쳐나가고 있는 한국인 마음의 온도'는 몇 도일까?

 

아웃도어 브랜드 네파가 시장조사기관 마크로밀엠브레인에 의뢰해 세대별(고등학생, 대학생(취업 준비생 포함), 2030직장인, 40대 직장인, 50대 직장인)5개 그룹 각 200명씩, 1천 명을 대상으로 마음의 온도를 주제로 조사한 결과를 발표했다.

 

심리적 추위계절적 추위중 어느 것이 더 견디기 힘든 추위인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75%심리적 추위가 더 춥다고 답했으며 계절적 추위라고 답한 응답자는 9.2%에 불과했다. (심리적 추위와 계절적 추위가 같다는 응답자 15.8%) 특히 조사 대상 세대 중 고령화 시대 퇴직을 고민하는 50대 직장인 세대 응답자가 심리적 추위를 가장 많이(79.5%) 느끼고 있는 것으로 조사돼 은퇴, 자녀 결혼비용, 열악한 재취업 시장, 준비 안 된 노후에 대한 불안감을 나타내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각 세대별로 응답자 본인이 속한 세대의 심리적 체감온도를 상징하는 마음의 온도는 몇 도일 것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조사 대상 전체 평균은 영하 13.7도로 조사되어 지난해(영하 14)보다 는 0.3도 나아진 것으로 조사되었으나 여전히 한국인의 심리적 온도는 영하의 강추위를 체감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대별 마음의 온도를 보면 취업 대란 시대의 대학생 및 취업 준비생 그룹이 영하 17.3도로 심리적 추위의 강도가 가장 큰 것으로 조사되었고, 특히 취업 준비생 그룹만의 마음의 온도를 따로 조사했을 때 20.7도로 나타나 절망감 속에서 혹한의 추위를 겪고 있는 취준생들이 느끼는 각박한 현실의 심각성을 보여주고 있다. 뒤를 이어 입시 경쟁 속에 사는 고등학생 그룹 영하 15.7, 취업 스트레스에서 일단 벗어났지만 결혼, 육아 등 소득 만족도가 낮은 2030 직장인 영하 12.9, 퇴직이 가까워진 50대 직장인 영하 12.1, 상대적으로 안정된 직장 생활을 영위하는 40대 직장인이 영하 10.7도의 순으로 조사되었다.

 

학생(고교생, 대학 및 취준생) 그룹 평균 마음의 온도는 영하 16.5도로 영하 11.9도인 직장인 그룹 평균보다 4.6도 낮게 나타났다. 이는 치열한 입시 경쟁과 기댈 곳 없는 ‘N포 세대란 신조어로 대변되는 우리나라 청년세대의 스트레스와 미래 불안의 정도를 확인시켜주고 있어 위기의 청년세대에 대한 사회적 배려와 현실적 대책이 시급해 보인다.

 

앞으로 한국인 마음의 온도는 지금보다 높아질까? 응답자 4명 중 3명 꼴인 76%는 마음의 온도가 앞으로 더 낮아질 것이라 응답해 지금보다 높아질 것이라는 응답(13.3%)보다 훨씬 더 많았다(변화 없음은 10.7%). 작년 조사와 비교해 보면 마음의 온도가 낮아질 것이라는 응답은 지난해(79.1%) 보다 3.1% 줄었고 마음의 온도가 높아질 것이라는 응답은 지난해(11.4%)보다 1.9% 늘었다.

 

마음의 온도가 낮아질 것이라고 응답한 이유로는 불황으로 인해 경제전망이 밝지 않아서’(36.3%)라고 답한 사람이 가장 많았으며, ‘갈수록 경쟁이 더 치열해지는 세상이 될 것 같아서라고 답한 응답자가 31.4%로 나타나 2위를 기록했다. 이어 여가 및 휴식이 부족’(12.9%), ‘세상 인심이 더 각박해질 것 같아서’(10.0%), ‘마음을 나눌 수 있는 진정한 소통 부족 등 대인관계 축소’(6.2%), ‘안보 및 재난문제’(3.1%) 의 순으로 나타났다. 지난 해 조사에선 치열한 경쟁(39.9%)’경제 불황(36.5%)’보다 높게 나타났는데 올해는 경제 불황을 첫 번째로 꼽아 국민들이 일상에서 경제 문제를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세대별 응답을 살펴 보면 직장인 세대(20~ 50)는 모두 마음의 온도가 낮아질 것으로 전망한 이유로 경제 불황1순위로 꼽은 반면 고등학생 및 대학생 등 학생 그룹은 치열한 경쟁 사회를 가장 큰 이유로 선택했다. 청년층 실업률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치열한 경쟁을 하게 되는 사회 분위기를 반증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한편 네파가 지난해 실시한 조사에 따르면 우리 사회가 더 훈훈하고 따뜻한 세상이 되기 위해 사회 구성원이 가져야 하는 마음가짐 1위로 배려가 뽑힌 바 있다. 이에 네파는 한국인의 배려 점수도 올해 처음으로 조사했다.

 

일상에서 타인이 나를 대할 때의 배려 점수는 몇 점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는 전체 응답자 평균 점수가 54.3점으로 집계됐다. 반면 내가 타인을 대할 때의 배려 점수는 몇 점이라고 생각하는가라는 질문에 전체 평균 점수가 63.2점으로 나타났다. 개개인의 집합이 공동체라 할 때 내가 실천하는 배려심과 타인으로부터 받는 배려심의 차이인 한국인의 배려심 착시점수는 8.9점으로 조사되었다. 이 같은 착시는 경기 불황으로부터 비롯된다 할 수 있는 치열한 경쟁 탓에 세상살이가 힘들어지면서 공동체 의식도 점차 저하되는 데 기인한다고 볼 수도 있어 보다 따뜻한 세상을 위한 상생의 관점에서 타인에 대한 배려심을 개개인이 스스로 높여야 한다는 점을 시사해 주고 있다.

 

한편 2030세대 직장인의 경우 자신의 타인에 대한 배려 점수’(59.1)자신에 대한 타인의 배려 점수’(50.3) 모두 조사 대상 세대 중 가장 낮은 것으로 나타나 다른 세대에 비해 배려를 하지도, 배려를 받지도 못한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조사되었다.

 

이는 팍팍한 현실 속에서 '88만원 세대''N포 세대'로 대변되는 무력감, '흙수저'로 상징되는 자조감 등 현재 대한민국 20~30대의 현실이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 치열한 경쟁과 빠듯한 경제 환경으로 인해 타인을 배려할 수 있는 마음의 여유가 없는 것이다.

 

사회 전반적으로 마음의 여유가 줄어들면서 착한 사람은 손해본다’, ‘호의가 계속되면 권리인 줄 안다라는 말이나 미움 받을 용기’, ‘거절하는 법과 같은 책이 유행하는 것처럼 항상 남을 배려하는 착한 사람에서 벗어나 상대에게 피해주지 않는 범위에서 자신의 권리를 찾자는 담론이 형성되는 분위기를 드러내는 결과로 풀이된다.

 

응답자들의 70.5%는 주변에서 미담이나 선행 등 따뜻한 이야기(뉴스)를 접할 때 마음의 온도가 높아지는 것을 느낀다고 응답해, 국민들은 따뜻하고 감동적인 미담을 통해 작은 위로 받고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그렇지 않다 10%, 모르겠다 19.5%).

 

서강대 커뮤니케이션학부 신호창 교수는 저성장, 부의 격차 증대 등으로 인해 자기 중심적 삶이 강화되면서 정서적 외로움은 가중돼 사회적 관계가 배려심 보다는 갈등 프레임에 갇히고 있다사회적 연대감이 높을수록 모두가 공존하는 사회로 발전할 수 있기에 주변을 좀더 배려하는 상생의 정신이 실천될 때 마음의 온도는 높아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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