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정소영 기자]미국의 관세 부과로 촉발된 중국과의 무역전쟁이 국내 소비심리에도 악영향을 미치며 소비자심리지수가 1년2개월 만에 최저치로 떨어졌다.
한국은행이 26일 발표한 ‘2018년 6월 소비자 동향조사 결과’에 따르면 소비자심리지수는 전월 대비 2.4포인트 내린 105.5로 지난해 4월 국정농단 사태로 최저(100.8) 이후 가장 낮은 수준이다. 하락폭은 2016년 11월(6.4포인트) 이후 가장 커서 국내 ‘소비경제’가 꽁꽁 얼어붙었음을 보여준다.
소비자심리지수는 가계의 종합적 소비심리를 보여주는 지표로 지난해 11월부터 5개월 연속 하락하다가 지난달 소폭 상승했으나 다시 이달 들어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한국은행 관계자는 “올 들어 취업자 증가폭이 7만명대로 크게 감소하고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 미·중 무역전쟁 우려감 증폭 등 악재가 겹치면서 가계 소비심리가 악화된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가계의 경제 상황 인식을 나타내는 현재경기판단지수(84)와 향후경기전망지수(96)는 5월보다 모두 떨어졌고 취업기회전망지수(93)도 전월 대비 하락했다.
가계의 재정 상황에 대한 인식을 나타내는 현재생활형편지수(94)와 생활형편전망지수(99)도 전월 대비 하락했고 주택가격전망지수(98) 역시 지난달보다 4포인트 감소했다.
미국과 중국의 무역전쟁은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중국산 수입제품에 관세 부과를 결정하면서 시작됐다. 수차례 협상에도 불구하고 총 500억 달러(약 55조원) 규모의 중국산 제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기로 결정했고 이에 중국도 미국과 똑같은 규모의 500억달러 규모의 미국산 제품에 25%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맞서면서 세계 경제가 폭풍전야에 들어갔다.
현대경제연구원에 따르면 미국 관세 부과로 미국의 대중국 수입액이 10% 감소할 경우 한국의 대중국 수출은 282억6000만달러(약 31조원) 감소할 것으로 추정했다. 이는 지난해 한국의 대중국 수출액인 1421억2000만달러의 19.9%에 해당하는 규모로 한국의 최대 수출국인 중국 수출 물량이 대폭 줄어들 수 있다는 의미다.
지난 25일에는 할리 데이비슨이 유럽연합(EU)이 미국의 철강과 알루미늄에 매긴 고율의 관세에 대응해 버번과 요트, 오토바이 등 30억달러 상당의 미국 상품에 상계관세를 부과하기로 하자 생산공장 일부를 미국 밖으로 이전하겠다고 밝히기도 했다.
시장 전문가들은 미국의 연 500억달러 규모 관세와 중국의 보복 관세라는 무역전쟁 폭풍이 국내 경제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입을 모은다.
OECD가 집계한 5월 회원국의 BCI(Business Confidence Index·기업확신지수)에 따르면 한국 기업들만 25개 OECD 국가 중 유일하게 경기 전망을 부정적으로 보는 것으로 나타났다. BCI는 100을 기준으로 이를 넘지 못하면 경기 호조보다 악화될 것으로 보는 기업이 많음을 뜻하는데 한국 기업 BCI는 98.74였다.
실제로 한국 경제는 미·중 무역전쟁의 재점화와 고용 부진에 최저치로 떨어진 소비자심리지수에서 알 수 있듯 소비심리까지 얼어붙으며 최악의 경기상황을 보여주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