견재수기자의 취재노트

[기자수첩]갈 곳 없은 ‘디지털 유목민’들의 고충

업무공간 찾아 헤매는 촌극 속출… ‘홈카페’ 新트렌드로 부상

[KJtimes=견재수 기자]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직장문화를 바꿔놓고 있다.


팬데믹(세계적 대유행) 사태가 6개월 이상 장기화되고 코로나19 재유행 우려 속에 재택근무나 순환근무를 시행하는 기업들이 늘면서 직장인들이 이른바 디지털 유목민’(사무실에서 일하는 전통적인 방식 대신 카페, 공공 도서관, 협업 공간 등에서 원격으로 근무) 신세가 되어 사무실이 아닌 카페나 도서관, 독서실 등을 전전하고 있다.


그런데 코로나19 재확산을 사전에 차단하기 위해 정부가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를 시행하면서 수도권에서 10명 이상 모이는 모임을 못하게 하는 집합금지 행정명령을 발령했다. 여기서 더 나아가 재택근무자나 프리랜서들이 업무를 위해 많이 찾는 프랜차이즈 카페 내 매장 이용이 금지되면서 디지털 유목민들이 업무공간을 찾아 헤매는 촌극이 빚어지고 있다.



수도권에 거주하는 회사원 A씨는 재택근무 시행으로 집에 있다 보면 아이들 때문에 (업무에) 집중할 수가 없어서 카페에서 주로 업무를 봤는데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 시행으로 프랜차이즈 카페 매장을 이용할 수 없게 되어 패스트푸드점이나 개인이 운영하는 카페를 전전하며 일을 하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그나마도 노트북 충전을 위해 콘센트 시설이 갖춰진 매장이 필요한데 비() 프랜차이즈 카페들은 공간과 테이블이 협소한데다 콘센트가 없는 곳이 많고 독서실과 스터디 카페마저 운영을 하지 못하게 되면서 취업준비생과 학생들까지 몰려 자리경쟁이 더 치열해졌다는 게 A씨의 설명이다

 

이처럼 코로나19 재확산으로 사회적 거리두기 강화되면서 프리랜서나 재택근무들의 고충이 늘면서 집을 작업실처럼 꾸미는 집업실(+작업실)’과 카페처럼 꾸미는 홈카페가 새로운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다.


가구점에 근무하는 지인 B씨는 코로나가 재확산하기 시작한 8월 중순 이후 재택근무를 위해 의자나 테이블을 찾는 고객이 많이 늘었다특히 의자 구입 문의가 많다고 전했다.


이들을 겨냥한 유통업계의 행보도 빨라지고 있다. 업무 효율을 높일 수 있는 콘셉트의 인테리어와 자신의 취향에 따라 집안 분위기를 꾸미고자 하는 재택근무자들과 프리랜서들을 겨냥해 다양한 기획전을 진행하고 있다.


실제 코로나19 재확산 이후 서울과 경기 지역에 대한 사회적 거리두기 2.5단계가 시행되면서 재택근무 시 사용하는 사무용품과 주변기기 판매율이 올랐다는 게 관련 업계쪽 관계자의 설명이다.


코로나19 이후 직장인들의 근무환경에도 큰 변화가 도래하고 있다. 코로나19가 종식된다고 해도 사무실에 출근하는 전통적인 방식에서 벗어나 디지털을 기반으로 한 재택근무와 프리랜서 직업군들이 늘어날 것으로 보는 견해가 많다. 창업시장에서 스터디 카페가 핫한 아이템으로 각광을 이유도 이러한 변화의 한 단면을 보여주고 있다.


휴대폰, 노트북, PDA등과 같은 첨단 디지털 장비를 휴대한 채 자유롭게 떠도는 사람을 일컫는 디지털노마드 (digital nomad)족이 극히 일부의 직장인들에게만 해당되는 것이 아니라 우리 모두의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스페셜 인터뷰]‘소통 전도사’ 안만호 “공감하고 소통하라”
[KJtimes=견재수 기자]“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인한 사회변화는 타인의 생각을 이해하고 존중하는 능력을 자라지 못하게 방해하고 있다. 공감과 소통이 어려워진 것이다.(공감과 소통의) 의미가 사라지고 충동만 남게 됐다.” 한국청소년퍼실리테이터협회(KFA: Korea Facilitators Association)를 이끌고 있는 안만호 대표는 신종 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사태 이후 디지털 사회로 급격하게 진행되고 있는 현재 상황에 대해 이 같이 진단했다. 또 이제 공감능력 없이는 생존하기 힘든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면서 비대면 사회에 대한 깊은 우려를 나타냈다. 소통 전문가로 통하는 안 대표는 “자신을 바라보고 다른 사람을 이해하며 공감하고 소통하는 방법이 필요한데 스마트폰이나 SNS, 유튜브 등을 통해 간접적으로 경험하게 되면서 어느 순간 사회성은 경험의 산물이 아니라 지식의 산물이 되어 버렸다”며 “요즘 인간의 탈사회화가 진행되는 것에 비례해 인간성의 급격한 하락을 경험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도 “코로나 사태는 사회적 거리를 두더라도 우리가 독립적으로 살아가는 개체가 아니라 더불어 살아가는 관계이자 연대라는 점이 더욱 분명하게 밝혀졌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