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한이웅 논설위원] 중동-지중해-유럽 라인에서 주목할만한 나라는 이스라엘, 사우디아라비아, 오만, UAE 등이다. 현재 이들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모멘텀으로 해서 자국의 에너지 역량을 개발 확대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이스라엘은 지난 2004년 텔아비브 인근 지중해 해역에서 가스전 개발에 성공한 후 다수의 초대형 가스전 개발에 계속 성공하고 있다. 개발한 천연가스의 그리스·이태리 등 유럽판매 추진은 미국의 훼방으로 불발됐지만 중동전 상대였던 이집트·요르단과 장기 수출계약을 체결했다.
게다가 터키에도 수출을 추진하면서 미국의 중동 공백을 에너지로 조금씩 메우는 모양새이고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을 틈타 유럽에 판매를 추진 중이다. 독일 등에 LNG터미널을 건설하면 소량이나마 이스라엘산 천연가스가 공급될 예상이다.
사우디는 최근 탈 이슬람원리주의 정책의 점진적 도입을 통해 비아랍권에 이미지 개선을 추진 중인 것과 탈 화석연료자원 움직임이 연관이 있다고 보고 있다. 탈 이슬람원리주의를 통해 창의적이고 유연한 사고를 하는 것이 국가적 인재개발에 유리하다고 보고 있고 석유고갈 등에 대비해 관광자원 개발과 수소 관련 산업을 육성할 계획도 추진 중이다.
국영석유회사 아람코 상장(2019년 12월 11일) 전후해 그 당시까지 아람코 보유자산 중 최고 가치로 평가받던 세계 최대 유전 ‘가와르유전’의 생산량이 줄어들고 있다는 것이 알려지면서 미래먹거리에 바짝 신경을 쓰게 된 것으로 보고 있다. 과거 유정에서 배출되는 천연가스를 그냥 태워버리는 것이 관례였다가 천연가스를 포집, 저장, 수출을 늘리는 것으로 체계가 바뀐 시기도 이와 비슷하다.
사우디의 에너지 미래에는 수소가 상당한 비중을 차지할 것으로 보인다. 태양광과 연계한 서울의 43.8배 규모의 부지에 세계 최대 그린수소 생산시설을 건립 중인데 오는 2025년부터 일산 650톤, 연 23만7250톤을 생산할 계획이고 점차 설비를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또한 세계 최대 가스전으로 알려진 자푸라가스전 개발에 U$ 1100억을 투자하고, 블루수소(천연가스 개질로 얻는 수소 또는 부생수소 생산 시 발생하는 이산화탄소를 포집/매장하는 경우) 생산설비를 갖춰 2030년부터 연간 400만톤을 수출할 계획이다.
오만은 그린 암모니아 생산설비를 확보할 계획이다. 수소는 천연가스를 개질해서 얻을 수도 있지만 천연가스를 화학적으로 처리해 암모니아를 만든 후 질소(N)를 제거해도 얻을 수 있다. 액화수소는 영하 253도가 돼야 하지만 액화암모니아는 영하 33도면 되고, 에너지밀도도 액화암모니아가 액화수소보다 1.7배 높다. 다만 아직은 구체적 실행 계획이 안 나온 상태다.
UAE는 사우디아라비아와 유사한 강도로 수소에너지 개발에 힘을 쏟고 있다. 2021년 1월 아부다비의 ANDOC, ADQ, 무비달라 등이 수소동맹을 맺고 전력·모빌리티·제조업 등의 수소사용을 가속화 하는 로드맵을 확립했다.
아부다비의 마스다르에서는 녹색수소 시범공장을 설립하는 프로젝트가 진행 중이며 ANDOC에서는 수소 생산량을 기존의 연간 30만톤에서 1차로 50만톤 이상으로 증설한 후 차후 추가 증설할 계획이다.
모하메드 빈 라시드 알 막툼 태양열 발전소 프로젝트는 2030년에 5GW 규모로 전기를 생산해 수전해 수소를 생산한다는 계획인데 독일 지멘스, 일본 마루베니 등과 합작으로 진행 중이다.
결론적으로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러시아의 구 영토 회복 전쟁이라는 측면보다는 ▲에너지의 러시아 의존도를 줄이는 방안 강구와 ▲신재생에너지와 수소에너지 등을 원래 계획과 비교해 중간과정을 건너뛰고 조기에 적극적으로 확대함으로써 자국 경제와 안보를 강화하는 방향 등 에너지 패러다임의 변화를 야기할 것으로 보이며 지금 상황으로는 타임라인이 짧아질 것은 확실해질 것으로 관측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