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지아 기자] 자그만치 10년이다. 긴 시간 싸워왔던 현대중공업 등 HD현대 주요 계열사의 통상임금 소송이 근로자쪽 승리로 대단원의 막을 내렸다. 앞서 HD현대 노사가 모두 법원이 제시한 강제조정을 받아들였기 때문이다. 이로써 오는 4월부터 노동자에 미지급 수당과 퇴직금 등이 지급된다.
소송의 쟁점은 상여금 800% 중 모든 근로자에게 지급되지 않은 명절 상여금(100%)의 통상임금 포함 여부와 회사의 지급 여력이었다. 대법원은 최종적으로 근로자측 손을 들어줬다.
부산고법 민사1부(재판장 김문관 부장판사)는 현대중공업 근로자 10명이 사측을 상대로 통상임금 재산정에 따른 연장 · 휴일근로수당, 연차휴가수당 등 추가 법정수당과 퇴직금을 청구한 사건(2022나29)과 관련 "지난해 12월 28일 내린 강제조정결정에 대해 노사 양측이 이를 이의없이 수용함에 따라 강제조정결정이 확정되었다"고 12일 밝혔다.
재판의 원고는 근로자 10명이다. 하지만 2013년 3월 노사가 이 사건을 근로자들을 위한 대표소송으로 인정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결정 내용은 3만여 명에 이르는 현대중공업 전 · 현직 근로자 모두에게 적용된다는 점이 눈길을 끈다.
앞서 노사 모두가 이의신청 포기서를 제출해 확정된 강제조정의 내용은 대법원 파기환송 판결의 취지에 따라 정기상여금 700%와 명절상여금 100% 등 상여금 800% 전부를 통상임금에 산입해 미지급 법정수당과 퇴직금을 산정해 지급하도록 하는 내용이다.
대법원의 파기환송 전 원심 판단 기준 근로자들의 청구액이 약 6300억원이나, 대법원에서 명절상여금 100%가 추가 인정되고, 청구기간 확장, 지연손해금 누적 등에 따라 사측이 노측에 지급해야 할 법정수당액 등은 늘어날 것으로 추산된다.
대법원은 이에 앞서 2021년 12월 16일 정기상여금 700% 외에 명절상여금 100%도 통상임금으로 볼 수 있고, 기업이 일시적으로 경영상의 어려움에 처하더라도 향후 경영상 어려움을 극복할 가능성이 있는 경우에는 '근로자의 추가 법정수당 청구를 쉽게 배척해서는 안 된다'며 원고들의 청구가 신의칙에 위배된다고 볼 수 없다는 이유로 원고들의 청구를 기각한 2심을 깨고, 사건을 부산고법으로 되돌려 보냈다.
특히 이번 사건과 함께 현대중공업 전직 현직 근로자 1만 2000여명이 1인당 10만원씩 일부 청구한 같은 내용의 사건(부산고등법원 2018나54524)도 이 사건 조정의 이행이 순조롭게 이행됨을 전제로 근로자 측이 소를 취하하는 것으로 마무리하기로 했다.
또 현대미포조선 소속 근로자 5명이 근로자 전체를 대표하여 제기한 통상임금 소송(부산고등법원 2022나12 사건)도 같은 내용의 강제조정 결정이 확정됐다.
이에 따라 회사측은 법원 강제조정안을 검토해 올해 4월부터 근로자들에 퇴직금과 미지급 수당 약 6300억원을 지급해야 한다.
이에 대해 업계에서는 "근로자들에게 지급할 추가 법정 수당은 6300억원(원심 판단 기준)에 달한다. 지급 규모가 상당하다는 점에서 회사에 적지 않은 부담이 될 것"으로 관측하고 있다.
이에 대해 HD현대측은 "계열사 모두가 2021년 12월 대법원판결 이후 충당금을 충분히 쌓았고, 재무적 부담은 덜하는 입장"이라며 "회사가 설정해 둔 충당금은 근로자들에게 지급해야 할 금액과 비슷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을 전한 상태다.
금감원에 공시된 보고서에 따르면, 실제 회사가 쌓아둔 충당금은 8600억원 수준. 현대중공업의 경우 2021년 12월 대법원의 통상임금 소송 파기환송 결정으로 지난해 통상임금 충당금 7000억원 이상을 확보해 뒀다.
관련 업계도 현대중공업의 재무건전성에 대해 '양호'로 평가하고 있다. 특히 회사가 풍부한 현금 유동성을 확보하고 있어 투자를 비롯한 자금 유출 변수 등에 충분한 대응이 가능할 것으로 봤다. 수주 호황세에 힘입어 재무건전성 개선 기대감이 큰 점도 작용했다.
한국기업평가는 통상임금 소송 종결에 대해 "강제조정 결정으로 추산되는 임금 지급 부담은 대법원 파기환송 당시 예상치와 크게 다르지 않아 사측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며 "지급 대상 근로자가 가장 많을 것으로 보이는 현대중공업은 대규모 충당부채 설정으로 2021년 4분기 5201억원의 순손실을 냈다"고 짚었다.
이어 "각 계열사도 최소 수백억원에서 1000억원 내외로 충당부채를 설정했으며, 부담은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이밖에 현대미포조선, 현대일렉트릭앤에너지시스템, 한국조선해양 등 각 계열사 손익에 미치는 영향도 적을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