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Jtimes=김은경 기자] 현대모비스 인사팀장 논란을 계기로 현대자동차그룹 계열사들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대응 방식에 대한 비교 분석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같은 그룹 내에 속해 있음에도 성희롱·직장 내 괴롭힘 등 인권 이슈에 대한 대응 구조와 공개 수준에서 계열사별로 차이가 나타나고 있어서다.
ESG 평가에서 사회(S)와 지배구조(G) 영역은 그룹 차원의 정책뿐 아니라 계열사별 실행 방식이 실제 점수와 투자 판단에 영향을 미치는 요소로 꼽힌다. 특히 최근에는 사건 발생 여부보다도 문제가 제기됐을 때 조사 주체의 독립성, 징계 기준의 투명성, 이사회 보고 및 관리 체계가 핵심 평가 지표로 자리 잡고 있다.
◆제도적 장치 전면에 내세우는 ‘현대차’와 ‘기아’ 눈길
현대자동차와 기아는 ESG 보고서를 통해 직장 내 괴롭힘과 성희롱에 대한 대응 체계를 비교적 상세히 공개하고 있다. 윤리경영 핫라인 운영, 외부 채널을 통한 신고 접수, 일부 사안에 대한 외부 전문가 참여 가능성 등을 명시하며 제도적 장치를 전면에 내세우는 방식이다.
다만 실제 사건 발생 시 개별 사안에 대한 설명은 제한적으로 이뤄지는 경우가 많아 제도와 실행 간 간극에 대한 지적도 함께 제기돼 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최소한의 대응 구조와 원칙을 외부에 설명하려는 시도는 지속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대조적으로 현대모비스는 과거와 최근 논란 모두에서 징계 사실 자체는 인정하면서도 조사 과정과 징계 수위, 재발 방지 조치에 대한 설명은 제한적으로 유지해왔다. 이로 인해 회사가 내부 규정에 따른 대응을 강조하는 반면 외부 이해관계자가 판단할 수 있는 정보는 충분히 제공되지 않는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기자가 만난 재계 한 고위 관계자는 이를 두고 “인사·윤리 업무를 총괄하는 직책과 관련된 논란이 반복되고 있음에도 대응 방식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는 점에서 ESG 관점의 지배구조 리스크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고 분석했다.
현대자동차그룹 내 다른 계열사들 역시 ESG 대응 방식은 일률적이지 않다. 일부 계열사는 내부 신고 시스템과 징계 절차를 외부에 적극적으로 공개하는 반면 일부는 ‘내부 규정에 따른 처리’라는 원론적 설명에 그치는 경우도 있다.
ESG 전문가들은 이러한 편차 자체가 그룹 차원의 리스크로 평가될 수 있다고 지적하고 있다. 같은 그룹 내에서도 사건 대응의 투명성과 기준이 다르면 투자자 입장에서는 가장 취약한 계열사가 그룹 전체의 리스크로 인식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룹 차원 통합 기준의 부재가 변수
현대차그룹은 ESG 경영을 그룹 핵심 전략으로 내세우고 있다. 하지만 실제 인권·윤리 이슈 대응에 있어 계열사별 자율성에 상당 부분을 맡기고 있는 모습이다. 이로 인해 사건 발생 시 대응 강도와 공개 수준이 달라지고 결과적으로 ESG 평가에서도 일관성이 떨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우려스러울 수밖에 없다.
사실 최근 글로벌 ESG 평가기관과 기관투자가들은 개별 계열사 이슈를 그룹 지배구조 평가에 반영하는 경향을 강화하고 있다. 이는 계열사 한 곳에서 반복적으로 문제가 제기될 경우 그룹 전반의 내부 통제 시스템에 대한 질문으로 확장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기자가 만난 ESG 전문가들은 공통적으로 현대차그룹이 ESG 리스크를 줄이기 위해서는 계열사별 자율 대응을 넘어 인권·윤리 사안에 대한 그룹 차원의 공통 기준과 공개 원칙을 명확히 할 필요가 있다고 입을 모았다.
따라서 현대차그룹은 단기적인 논란 관리보다는 조사 구조의 독립성과 징계 기준의 일관성을 제도적으로 정착시켰으면 한다. 이것이 중장기적으로는 기업 가치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보고 있어서다.
현대모비스 논란을 계기로 현대차그룹이 계열사 간 ESG 대응 격차를 어떻게 해소할지 그리고 이를 지배구조 개선으로 연결할 수 있을지에 관심을 가지고 지켜볼 일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