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지아 기자] "다 거짓말이었다. 커뮤니티 시설도 없는 데다, 기본적인 화재나 침수 대비 시설도 없다" "집을 이렇게 지었는데 법적으로는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한다. 여기서 살수가 있겠냐" "집값 떨어질까봐 처음에는 문제 삼자는 이웃을 말렸다. 하지만 이건 아니다. 싸게라도 팔고 안전한 집으로 이사할 계획이다" - '월드메르디앙 양주 옥정 라피네트 더 테라스' 입주예정자들의 민원들.
경기도 양주시 옥정신도시에 지어진 '월드메르디앙 양주 옥정 라피네트 더 테라스'(이하 라피네트 더 테라스)가 '편법 분양' '사기 분양' 등 논란에서 벗어나지 못하고 있다.

특히 지난해 분양해 청약 완판으로 눈길을 끌었던 '라피네트 더 테라스'는 규제가 까다로운 '주택법'을 피해 '건축법'을 적용받으려고, 1개 단지를 5개로 쪼개 건축허가를 받아 입주자들의 피해가 더욱 크다는 지적이다.
업계 전문가들은 "타운하우스와 같은 소규모 시행사와 시공사가 진행하는 건축 사업에 대해 계약자들의 더 꼼꼼한 확인과 주의가 요구된다"고 지적하고 있다.
'라피네트 더 테라스'의 경우도 시행사가 주택법인 아닌 건축법을 적용 받아 허가를 받은 까닭에 안전이나 커뮤니티 등 필수시설이 빠져도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는 상황이다. 사업 주체에게는 이득이 될 수도 있겠지만, 실제로 거주해야 하는 수요자의 경우 이 피해를 고스란히 입을 수밖에 없는 상황인 셈이다.
"188가구를 한 단지로 관리해 준다는 말에...계약했어요"
"혜택도 너무 많았고, 아이 키우기에 더할 나위 없겠다 싶어서 무리를 해서 계약했죠"
"당시에 거의 완판이었고, 로또 당첨까지는 아니더라도 기대가 큰 주택이었죠"
입주예정자들의 설명과 당시 홍보물 등에 따르면, 라피네트 더 테라스는 188가구 규모의 블록형 단독주택이다. 전용면적은 84㎡ 단일 평형으로, ㈜에스엠홀딩스가 시행하고 시공사는 대한종건이다.
최근 (12월) 준공해 입주할 예정이었다. 당시 분양가는 6억4938만5000원~7억2997만원이었다. 분양가가 높았지만 △중도금 무이자 △실거주 의무 없음 △발코니와 시스템에어컨, 붙박이장 무상 제공 △계약후 전매 가능 등의 혜택이 많아 인기가 높았다.
특히 커뮤니티 시설을 비롯해 관리사무소 등을 다 같이 사용해 188가구가 '한 단지처럼 관리된다'고 홍보해 청약 흥행 신화를 썼다. 지난해 7월 당시 경쟁률이 9.52대 1, 최고 25.08대 1을 기록했다.
문제는 지난해 4월 시행사가 한 개의 단지가 아닌 50가구 미만의 5개 필지로 쪼개 건축허가를 받으면서 시작됐다. 현행법에 따르면, 50가구 미만 단지로 건축허가를 받으면 주택법이 아닌 건축법을 적용 받는다. 건축법 적용을 받으면 커뮤니티 시설 등 공동주택이 갖춰야 하는 시설을 만들지 않아도 되고 지자체의 품질검수나 사전 예비점검 등 각종 의무 점검 대상에서 제외된다.
건축법이 적용되면서 (주택법에 의해 시공이 됐다면 필수였을) 옥내소화전, 스프링클러, 물 분무 소화설비 등 소화용수 설비가 빠졌다.

입주예정자들은 단지 위치와 구조상 화재 발생 시 큰 피해로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동간 간격도 넓지 않고 주변이 산으로 둘러싸인 구조라 안전하지 않다는 지적이다. 주차장은 화재에 취약한 필로티 방식으로 지어지는 등 주택 곳곳에서 부실시공 우려가 발견됐다.
입주예정자들이 법무법인을 통해 작성한 하자 보고서에 따르면, 바닥은 수평이 맞지 않고, 벽체가 평평하지 않은 상태에 빌트인가구를 설치해 벽과 가구 틈 사이로 손이 들어간다. 설계와 시공의 오류로 세탁실에는 수전과 배수구도 없다.
◆"불법은 아니지만…편법" 입주예정자만 피해, 지자체도 '난처해'
전문가들은 이같은 사례를 두고 "시행사가 법을 어긴 것은 아니고, 지자체도 업무를 소흘히 한것이 아니다"고 전했다. ㈜에스엠홀딩스는 법을 어기진 않았다. 그러나 법의 허점을 이용해 필요시설을 최소화하고, 건축허가를 손쉽게 획득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결국 피해를 본 건 실수요자들이다. 이처럼 사업주체가 법의 허점을 이용해 필수시설이나 규제를 피했지만, 실질적으로 제재할 수 있는 방법은 없다.

양주시청은 법적으로 사업을 막을 권한이 없지만, 입주민 반발이 큰만큼 별도의 조치를 취하겠다는 입장이다. 언론을 통해 문제가 불거지자, 시청 관계자는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사업자에게 사용승인조건 미이행한 부분을 보완하라고 일렀고, 서류가 보완되면 지자체에서 준공 승인을 미룰 수는 없다. 다만 기한 내에 보완이 안 될 경우는 반려 처분을 내릴 수는 있으며, 입주민들의 반발을 고려해 품질점검을 대체할만한 다른 조치를 검토 중에 있다"고 입장을 전했다.
현재 사업지 공정률은 98%다. 연말 전까지는 완공에 이를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입주예정자들은 필요한 시설을 보완해 입주 가능한 상태가 될 때까지 시청의 준공 허가를 막겠다는 입장이다. 일부 입주예정자들은 '사기 분양'이라며 소송을 알아보고 있다.
시행사인 (주)에스엠홀딩스는 대외 연락을 받지 않으며, 시공사는 '최대한 하자보수에 노력하겠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내놓고 있는 상황이다.
◆아파트 대체상품 '형평성 논란' '거품 논란' 어디까지

타운하우스가 주목받기 시작한 것은 아파트값 폭등이라는 큰 이슈 때문이다. 아파트와 달리 분양가 상한제 등 규제를 적용받지 않아 같은 면적의 아파트 대비 분양가가 비싸긴 했지만 프리미엄을 노린 투자 수요가 몰렸던 것이다. 대체상품으로 각광을 받았던 대표적인 주거 사례가 바로 타운하우스다. 이밖에도 주거형 오피스텔, 도시형생활주택 등 다양한 주거상품이 폭등한 아파트에 떠밀린 사람들에게 '희망'이 됐다.
하지만 최근 거품논란 및 부실시공 하자보수 문제 등이 깔끔하게 해결될수 없는 경우가 다반사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초기 '마이너스 프리미엄(줄여서 '마피'라고 불린다)'이 붙는 경우도 허다하다.
분양가 수준으로 팔아서 본전이라도 찾겠다는 사람들이 생긴 셈이다. 심지어 '무피'를 넘어, 분양가보다 더싸게 '마피'를 붙여서라도 골칫덩이를 해결하려는 수분양자들이 많아지고 있는 추세다.
용인시에 거주하는 한모씨는 높아진 아파트 가격에 매입을 포기하고 인근 3층 구조의 타운하우스를 계약했다. 계약 당시 다른 주택과 달리 '하자 보수' 등 5년 약속과 관리비 할인, 세대당 주차 2대 등 다양한 혜택을 약속받았다. 하지만 코로나19가 지속되면서 경기불황을 이유로 시행사와 시공사가 한모씨의 단지를 쪼개어 또 다른 회사로 매각해 버리면서 약속을 받았던 AS의 어떤 부분도 지켜지지 않는 상태가 됐다.
한씨는 "집을 지은 회사가 바뀔 거라고 생각을 못했고, 이 소식도 뒤늦게 알았다. 바뀐 시행사는 하자보수 책임을 지지 않으려고 한다. 소규모 건설업체라 소송을 하기도 애매한 상황이며, 회사원이라 대응하기가 쉽지 않아 골머리를 앓고 있다"고 전했다.
수원시의 한 타운하우스는 시공사가 약속한 하자보수 업체가 3-4회 교체되면서 자연스럽게 하자보수 등이 미뤄지고 있다. 결국 가장 불편한 입주자들이 세대별로 돈을 모아 부실공사를 수습하는 '어처구니없는 상황'을 겪고 있다.
이 타운하우스에 거주하는 K씨는 "이제 원망하고 화내는 것도 지쳤다. 수리가 1차적으로 되면 빨리 매매를 하고 이사갈 계획이다. 입주자들이 모두 비슷한 생각이라 소송을 하거나 언론에 제보하는 등 크게 일을 키우지 않고 있다. 분양가 정도만 받고라도 처분하고 싶다"고 토로했다.
<기자>가 수소문한 다양한 타운하우스 및 땅콩주택 등 아파트 대체상품들의 경우 '아파트에 비해서는 가격부담이 적었지만 최근 늘어난 이자 부담과 대출 한도 축소 등의 금융권 압박으로 인해 오히려 골칫덩이가 된 경우가 허다했다.
여기에 최근 들어 주거 대체상품도 시간이 지나면서 '허점'이 하나 둘씩 드러나기 시작했고, 공공연히 '찬밥 신세'를 면하지 못하고 있다. '골칫덩이'가 된 또 다른 이유는 금리 인상 때문에 대출이 막히고 있다는 점이다. 매매를 원하는 수요자가 있더라도 금리가 너무 높아 엄두를 내지 못하고 있는 탓이다.
대출을 받고 매입을 한 수요자나, 대출을 통해 매입을 계획한 예비 수요자 모두에게 '금리 인상' 등의 대출규제는 얼어붙은 주택시장을 더욱 축소시키고 있는 셈이다. 덕분에 일부 지역에서는 자금난으로 매물을 급하게 처분하려는 수요자들이 속출하고 있다.
대표적인 곳이 경기 양주시 타운하우스인 '월드메르디앙 양주옥정 라피네트더테라스'다. 부동산 중개사이트에 올라온 가격 정보에 따르면, 이 단지 전용 84㎡가 6억2810만원에 매물로 등록됐는데, 이런 경우가 집주인이 분양가보다 7000만원이나 낮춰 내놓은 사례다. 다른 매물에도 마피가 적게는 1000만원에서 7000만원까지 붙어 있다.
서울과 수도권도 별반 다르지 않다는 게 업계 시각이다. 오는 2023년 1월 입주를 앞둔 서울 중구 '빌리브아카이브남산' 생활형숙박시설 전용16㎡가 3억740만원에 '무피 급매' 매물로 나왔으며, 강남권에선 도시형생활주택인 강남구 역삼동 '시티프라디움더강남2차' 전용 49㎡ 호가가 11억8500만원인데, 분양가 대비 1억원 낮은 금액으로 나왔다. 강남구 삼성동 '파크텐삼성' 오피스텔 전용 42㎡는 마이너스 프리미엄 6500만원이 붙은 14억9871만원에 매물 등록됐다.

지난달 말 인천에 분양한 '인천계양 유탑 유블레스' 오피스텔은 총 408실 모집에 단 6명만 청약했다. 99% 가량이 미분양됐다. 경기 성남시에선 '성남 수진역 파라곤'이 전체 570실 중 201명만 청약하는 등 대거 미분양이 발생했다.
전문가들은 "최근 분양하는 주거대체상품의 경우, 청약 성적도 낮으며, 저조한 편이다"며 "주거대체상품의 경우 청약통장을 쓰지 않기 때문에 청약 당첨 후 취소해도 별 불이익이 없다. 이 점을 감안하면 청약경쟁률 대비 실제 계약률이 훨씬 낮을 수밖에 없다"고 조언했다.
이어 "오피스텔은 물론 타운하우스, 생활형숙박시설, 도시형생활주택 같은 비(非)아파트 상품 청약시장 분위기가 올해 많이 악화됐는데, 저렴하게 분양한 경우에는 부실시공 하자보수 등의 문제들도 많아져 소비자들의 주의가 요구된다"고 충고했다.
부동산 시장의 한 관계자는 "아파트 대체 주거상품의 경우 침체기일 때 아파트보다 환금성이 훨씬 떨어진다. 금리 인상으로 이자 부담이 커지면서 입지 좋은 비아파트 상품도 예외 없이 무피나 마피 매물이 적체되고 있다"며 "가격 부담으로 고민했던 집없는 사람들이 쉽게 구입을 고민할수도 있겠지만 주택법이나 건축법 등 잘 살펴서 피해를 미연에 방지할수 있어야 하며, 환급성이 떨어지는 조건들도 잊지말고 기억해야 한다"고 충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