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Jtimes=정소영 기자] 지난 3월 24일 서울 강동구 명일동에서 발생한 대형 싱크홀 사고로 30대 오토바이 운전자가 사망하는 안타까운 일이 벌어졌다. 사고 당시 서울지하철 9호선 연장 공사 작업을 하던 노동자들은 천장에서 물이 새는 것을 발견하고 현장을 탈출했지만, 도로 위를 달리던 배달 노동자는 위험을 인지하지 못한 채 사고를 피하지 못한 것.
◆작업중지권 없는 배달 노동자들
앞서 서울시는 지난해 8월 서대문구 싱크홀 사고 이후 땅꺼짐 위험도를 5단계로 평가한 '지반침하 안전지도'를 제작했다. 하지만 해당 정보를 자치구와 공사 관계자 등에게만 공유하고 시민들에게는 공개하지 않았다. 이로 인해 도로를 일터로 삼고 있는 운수 노동자들과 국민들은 생명과 안전을 위협받고 있다.
공공운수노조는 지난 2일 오전, 서울시청 앞에서 서울와치, 정보공개센터와 공동 주최로 최근 발생한 싱크홀 사고에 대한 대책마련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정보공개센터와 함께 서울시에 '지반침하 안전지도'의 공개를 요구하는 정보공개 청구를 진행했다.
또한, 사고 전 여러 차례 위험 신고가 있었음에도 서울시가 별다른 안전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점을 지적하며, 서울와치와 함께 서울시에 대한 감사 청구를 추진할 계획이다.
◆사전 경고에도 묵살된 위험 신호
사고 이전에도 위험 징후가 지속적으로 보고됐다. 2023년 용역보고서는 사고 위험을 경고했으며, 공사 관계자가 지난해 10월과 올해 2월 두 차례에 걸쳐 붕괴 우려를 제기하는 민원을 제출했다. 또한, 사고 2주 전 주유소 바닥 균열 민원이 접수되는 등 위험 신호가 계속되었지만, 서울시는 안전에 이상이 없다는 입장을 유지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서울시가 싱크홀 위험성을 알고 있었음에도 적절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점을 강력히 비판하며, 시민단체들과 함께 서울시의 책임을 묻는 감사를 청구할 예정이다.
◆ 배달 노동자의 억울한 죽음, 서울시는 책임져야
사고 발생 9일이 지났음에도 오세훈 서울시장은 책임자의 사과나 희생자 배상에 대한 공식 입장을 밝히지 않았다. 공공운수노조 박정훈 부위원장은 “사람이 죽었는데 책임지는 사람도 없다”며 서울시의 무책임한 태도를 강하게 비판했다.
서울시가 제작한 ‘지반침하 안전지도’에 따르면, 사고 지역은 침하 위험이 가장 높은 5등급으로 분류돼 특별점검 대상이었다. 그러나 서울시는 ‘부동산 가격 하락’을 이유로 이 지도를 비공개했다. 공공운수노조는 “이 지도는 땅값을 지키기 위한 비밀문서가 아니라 노동자의 안전을 위한 경고판이 돼야 한다”며 즉각적인 공개를 요구하고 있다.

◆"서울시, 땅값 하락 이유로 붕괴 위험 공개 안해" 서울시 책임론 제기
박정훈 공공운수노조 부위원장은 최근 발생한 강동구 싱크홀 사고와 관련해 서울시의 책임을 강하게 비판하며 오세훈 서울시장의 공식 사과와 재발 방지 대책을 촉구했다.
박 부위원장은 "한 방송인이 사고로 인해 학교 급식이 중단된 것에 대해 SNS에 불만을 표했다가 비판을 받고 사과했지만, 진정한 사과는 피해 유족과 시민들을 위한 서울시장의 사과가 되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는 서울시가 이번 사고의 위험성을 사전에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적절한 조치를 취하지 않았다고 강조했다. 보도에 따르면, 서울지하철 9호선 4단계 연장 공사에 참여한 관계자가 지난해 10월과 올해 2월, 두 차례에 걸쳐 연약한 지반과 부실 공사로 인해 붕괴 위험이 있다는 민원을 제기했으나, 서울시는 "안전에 이상이 없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서울시는 지반침하 위험 지역을 예측하는 ‘지반침하 안전지도’를 제작했으나, 해당 자료를 공개하지 않고 있다. 박 부위원장은 "사고 지역은 지하철 9호선 연장 공사로 인해 특별점검 대상에 포함됐으며, 침하 위험이 가장 높은 5등급으로 표시됐지만, 서울시는 땅값 하락을 이유로 이를 공개하지 않았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싱크홀 사고로 인한 노동자 안전 문제 대두
김종현 택시지부장은 사망한 라이더 노동자가 배달 업무 수행 중이었다면 이는 "중대산업재해"로 인정돼야 한다는 의견을 밝혔다.
그는 "사고 발생 후에도 재발 방지 대책 마련이나 사전 점검이 전혀 이루어지지 않고 있으며, 책임지는 사람조차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지적했다. 또한 서울시가 사고 원인과 지반침하 안전지도 공개 요구에 침묵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김 지부장은 "도로가 안전하지 않으면 이를 이용하는 노동자와 시민 모두가 위험해진다"며, 정부가 도로 안전 확보에 나설 것을 강력히 촉구했다.
특히 안전에 취약한 이륜차를 이용하는 라이더 노동자의 보호 대책 마련이 시급하며, 이번 사고를 "중대산업재해"로 인정하고 서울시는 지반침하 안전지도를 즉각 공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강동구 싱크홀 사고, 서울시 안전대책 부실 논란
김예찬 정보공개센터 & 서울와치 활동가는 이 사고의 심각성을 강조하며, 서울시의 안전 대책 부실 문제를 지적했다.
김 활동가에 따르면, 사고 직전 강동구 고덕동에 거주하는 그의 동생이 해당 도로를 지나갔으며, 불과 30분 차이로 큰 위험을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더욱 심각한 문제는 사고 발생 전부터 바닥 균열 등 이상 징후가 발견됐음에도 불구하고, 서울시가 적절한 대응을 하지 않았다는 점이다.
특히 사고 지역은 서울시가 작성한 '지반침하 안전지도'에서 위험도가 가장 높은 5등급 지역으로 분류된 곳이었다. 하지만 서울시는 이 같은 위험성을 인지하고 있었음에도 이를 시민들에게 공개하지 않았다. 김 활동가는 "이런 정보가 미리 공개됐다면 주민들이 예방 공사와 안전 대책을 강력히 요구했을 것이고, 사고를 막을 수도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서울시는 지반침하 안전지도를 공개하지 않은 이유로 '부동산 가격 하락 우려'와 '시민들의 불필요한 불안감'을 들었다. 또한, '국가공간정보기본법' 제33조를 근거로 지도를 비공개했다고 밝혔으나, 해당 법 조항은 오히려 공간정보의 공개를 원칙으로 하고 있다. 정보공개법 역시 국민의 생명과 안전에 직결된 정보는 공개하도록 규정하고 있어, 서울시의 주장은 설득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현재 정보공개센터는 서울시에 지반침하 안전지도 정보공개를 청구한 상태다. 김 활동가는 "서울시는 부동산 가격을 핑계로 시민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협하는 행정을 즉각 중단하고, 지도를 즉시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서울와치는 이번 사고와 관련해 서울시를 상대로 공익감사청구를 진행할 예정이다. 감사청구는 지하안전영향평가 결과에 따른 안전조치를 이행하지 않은 점, 지반침하 징후를 발견하고도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않은 점 등을 중심으로 진행될 예정이다.
서울와치는 2022년 창립된 시민사회네트워크로, 서울시의 행정과 의정을 감시하고 시민주권을 실현하기 위해 활동하는 단체다. 서울시장의 공약 이행 분석, 정책 평가, 서울시의회 행정사무감사 평가 등을 통해 시민 참여를 확대하고 있다. 이번 사고를 계기로 서울시의 안전관리 및 정보공개 제도 개선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질 것으로 보인다.
◆중대시민재해로 규정, 재발 방지 대책 마련해야
법무법인 ‘여는’ 박남선 변호사는 이번 사고를 ‘중대시민재해’로 규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현재 중대재해처벌법 시행령에는 도로가 공중이용시설로 명시돼 있지 않아 법적 적용이 불분명한 상황이다. 하지만 서울시가 충분히 예측 가능했던 사고를 방지하지 못했다는 점에서 국가배상법상의 영조물 책임뿐만 아니라 중대시민재해로도 규율해야 한다는 것이다.
박 변호사는 “한 시민과 노동자의 삶이 18미터 아래로 추락했음에도 불구하고, 법은 책임소재를 명확히 하는 데 기여하지 못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박 변호사는 “이번 사고는 충분히 예상 가능했던 재해로, 국가배상법상의 영조물 책임뿐만 아니라 중대시민재해로 규율해 책임을 물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한, 서울시가 이번 사고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통해 책임을 명확히 하고, 피해 시민들에게 진심으로 사과하며, 재발 방지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공운수노조와 시민단체들은 서울시에 ▲지반침하 안전지도의 즉각적인 공개 ▲재발 방지를 위한 안전 대책 마련 ▲사고 희생자에 대한 공식 사과 및 배상을 촉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