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생태 스토리

[이슈+] 산불재난특수진화대원들 "시스템 없는 현장, 살아남은 게 기적"…곰팡이 헬멧 쓰고 산불 진화

공공운수노조 산림청지회, 산불재난특수진화대 처우 실태 고발 기자회견
"책임감, 희생정신으로 버텼다" "대원들, 장비 못받고 현장 투입, 사비로 장비 사기도" 현실 고발



[KJtimes=견재수 기자] 공공운수노조 산림청지회가 3일 서울 중구 한글회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산불재난특수진화대(이하 특수진화대)의 안전 장비 부족, 지휘체계 부실, 처우 열악 문제를 고발하며 정부에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이날 기자회견에 참석한 특수진화대원들은 “곰팡이가 핀 헬멧을 쓰고 산불 현장에 투입됐다”, “본드로 붙인 장비를 쓰는 것이 현실”이라고 증언하며, 기본적인 장비조차 지급되지 않아 자비로 구매하거나 맞지 않는 장비를 착용하고 진화 작업에 나서야 하는 실태를 고발했다.

한 진화대원은 “세 차례 산불 진화에 투입됐지만 장비가 제대로 갖춰진 적이 한 번도 없었다”며 “사명감만으로 버티기엔 너무 위험한 작업”이라고 말했다.

현장 교육 부재 문제도 지적됐다. 신입 대원들이 별도의 실습이나 시뮬레이션 훈련 없이 영상 교육만 받은 뒤 곧바로 산불 현장에 투입되고 있다는 것이다. 

◆ “특수진화대, 교육도 지휘도 없는 산불 대응 체계”

신현훈 공공운수노조 산림청지회 지회장은 “10년 넘게 운영된 조직이 아직도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 지휘 매뉴얼 없이 운영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신 지회장은 “특수진화대가 과연 '특수'했는가”라는 근본적인 질문을 던지며, 현장 노동자들의 목소리를 바탕으로 산불 대응 체계의 구조적 문제를 강도 높게 비판했다.

신 지회장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는 일을 하며 늘 마음속에 죄스러운 생각을 지울 수 없었다”며 “혹시 우리가 ‘전문적이지 못해서’, ‘특수하지 못해서’ 피해가 커진 건 아닌지 되돌아보게 된다”고 밝혔다.



특수진화대는 2016년 시범 운영을 시작해 올해로 10년 차에 접어들었지만, 2020년 8월까지는 법적 근거 없이 운영됐다. 현재는 산림보호법 시행령 개정으로 일정한 법적 틀이 마련됐으나, 여전히 운영 지침, 지휘 매뉴얼, 교육 체계 등 기본 인프라가 부실한 상태다.

신 지회장에 따르면, 현재 운영 중인 435명의 특수진화대원들은 단 한 시간의 교육도 없이 현장에 투입되고 있으며, 이는 구조적 문제를 초래하는 주요 원인 중 하나다. 반면 소방관은 24주, 해양경찰은 52주, 경찰관은 34주의 교육을 이수한 후 현장에 배치된다.

또한 재난 대응 인력이 가져야 할 훈련과 준비 시간은 ‘잡일’로 대체되고 있다는 점도 문제로 지적됐다. 일부 관리소에서는 민간인의 묘지 벌초, 공무원 이삿짐 옮기기 등 본연의 업무와 무관한 업무가 반복적으로 지시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신 지회장은 “저는 8년 차지만, 한 번도 현장에서 지휘권을 가져본 적이 없다”며 “지휘는 항상 공무원이 맡지만, 이들은 2년마다 부서를 옮기고 여러 업무를 병행하다 보니 효율적인 지휘 환경이 되지 못한다”고 꼬집었다.

이어 “지휘본부에 가면 산림청, 지자체, 소방청 등이 제각각 움직이며, 통합되고 일관된 체계를 찾기 어렵다”며 “이미 불이 꺼진 지역에 진화대를 보내는 등 황당한 일들이 빈번히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 지회장은 대형 산불 대응을 위해서는 현장 경험이 풍부한 진화대원에게 실질적인 지휘권을 부여하고, 전문 교육과 훈련체계를 마련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지금의 구조를 그대로 두고서는 대형 산불 앞에 속수무책일 수밖에 없다. 더 많은 시민의 생명과 재산이 위험해질 것”이라며 발언을 마무리했다.

김원 노동환경건강연구소 소장은 “산불이 대형화되고 있는 상황에서 여전히 비정규직 인력에 의존하고 있는 현실은 정부의 안전 대응 시스템 실패를 보여주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처우 개선 문제도 도마 위에 올랐다. 대원들은 본래 임무와 무관한 공무원 사무실 이사, 묘지 정리 등 잡무에 동원되는 일이 비일비재하며, 특근수당과 출장비 지급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산불전문예방진화대, 본연의 업무에 집중할 수 있어야"

산불 대응의 최일선에서 활동해 온 전 현장노동자와 노동조합 관계자들은 한 목소리로 산불 전문 인력의 구조적 문제와 제도 미비를 지적하며 제도 개선을 촉구했다.

방남철 전 장흥군 산불전문예방진화대원은 “무거운 마음과 두려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다”며 “산불전문예방진화대는 산불 재난이 발생했을 때 가장 기초 단위에서 업무를 수행하는 직군”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들은 주로 2월 12월 두 차례에 걸쳐 연 6개월 근무하며, 산불 예방과 진화 후 잔불 정리를 담당한다”고 설명했다.

방씨는 “지자체에 따라 본연의 업무가 아닌 다른 일을 지시하는 경우도 있다”며 “산불예방진화대가 본연의 역할에 집중할 수 있도록 감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또한 그는 “2025년 산림청 직접 일자리 지침에는 주 2회 이상 교육훈련 실시가 명시돼 있지만, 현실은 법과 지침에 크게 못 미친다”고 지적했다

방씨는 “예산 부족을 이유로 안전과 생명을 방치하는 현실을 더 이상 용납할 수 없다”며 “진화대원이 전문성을 갖고 자부심을 느낄 수 있도록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시스템 없는 현장에서 살아남는 것 기적"

정지성 조합원은 “산불을 끄는 아버지를 자랑스러워하는 네 살 아들의 말에 눈물이 났다”며 입을 열었다. 

“친구의 소개로 특수진화대에 입사하며 기대에 부풀었던 그는 곧 현실의 벽에 부딪혔다. 체계적인 교육 시스템 없이, 산불과 무관한 업무를 하며 하루하루를 보내야 했고, 막상 산불이 발생하면 제대로 된 지식 없이 위험한 현장에 투입됐다. 대원들은 현장에서 서로 피드백하며 자체적으로 ‘산불 진화 심화 교육’을 만들어 나갈 수밖에 없었다.”



그는 “산림청은 운이 좋은 것 같다. 이런 시스템에서도 큰 사고가 나지 않은 건 기적”이라며 “진정으로 특수진화대가 산불 전문 인력이라 생각한다면, 그에 걸맞는 시스템과 지원이 있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올해 1월 13일 입사한 조합원은 입사 일주일 만에 이뤄진 교육이 단순한 영상 시청에 불과했다고 밝혔다. 실제 방화선 구축이나 장비 사용법은 선배 대원들로부터 ‘인수인계’ 방식으로 배워야 했다. 그는 “산림청에서 받은 교육이 아닌, 팀원들의 자발적 교육 덕분에 지금 살아있다고 생각한다”고 전했다. 진화복 지급까지는 1개월이 넘게 걸렸고, 그 전까지는 사비로 구매한 등산복과 장갑, 등산화로 산불 현장에 나섰다.

이 조합원은 “현재 지급받는 진화복은 제조국도, 사용된 섬유도 명확하지 않은 제품”이라며 “스스로 소재를 조사하고 소방 특수 방어복에 사용되는 원단으로 옷을 사 입었다”고 말했다. 그는 곰팡이가 핀 내구연한이 지난 헬멧을 착용하고 대형 산불 현장에 나갔다며 “이런 장비를 ‘안전 장비’라고 지급하는 산림청의 무책임함은 용납할 수 없다”고 분노를 드러냈다.

또 다른 조합원은 “사이즈 선택이 제한된 불편한 신발, 부실한 헬멧 턱끈, 직접 본드를 붙여 사용하는 파손된 헬멧까지… 대부분의 장비는 제 돈을 들여 교체하고 있다”며 현장의 현실을 전했다. 그러면서 “진화대 관리소마다 사용하는 헬멧이 제각각이고, 턱끈 하나 교체하는 데 20만 원이 든다는 설명에 결국 새 헬멧을 사야 한다는 게 현장의 현실”이라고 호소했다.

대원들은 입을 모아 말한다. “우리는 가르쳐준 사람도 없고, 제대로 된 체계도 없지만 책임감과 사명감으로 불 앞에 선다. 이제는 재난 대응의 정상화가 필요하다. 희망이 없어 떠나는 대원이 없도록, 우리의 책임감과 사명감을 지켜줄 수 있도록 산림청의 변화가 필요하다.”

노조는 ▲전문 교육 체계 구축 ▲현장 중심의 통합 지휘 시스템 마련 ▲안전 장비 전면 교체 ▲합당한 처우 및 복지 개선 등을 요구하며, “정부가 더 이상 진화대원들의 책임감에만 의존해선 안 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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