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생태 스토리

[위장환경기업의 민낯②] "국내 그린워싱 법적 강제력, 해외 규제와 비교할 때 낮은 수준"

최근 3년간 4940건의 사례 가운데 4931건(99.8%) 행정지도 처분 그쳐...시정명령 9건 불과


[KJtimes=정소영 기자] “‘주행거리 10만 마일을 찍은 폭스바겐 자동차가 한 대 늘어날 때마다 어깨에 날개가 돋는 독일 엔지니어가 한 명씩 생긴다’고 말하면 믿겠니?

2014년 2월 2일, 미국 내셔널 풋볼 리그(NFL) 결승전에서 방영된 폭스바겐 광고에 나오는 대사다. 광고를 보면 날개를 단 엔지니어가 자동차 생산라인 위를 날아다니고, 엔지니어의 엉덩이에서는 무지개가 발사된다. 이 광고를 만든 2014년까지만 해도 폭스바겐의 TDI 엔진을 사용하는 차량은 이른바 ‘클린 디젤(Clean Diesel)’ 자동차로 홍보됐다. 

폭스바겐 자동차가 다른 브랜드보다 유해물질을 적게 배출한다는 내용의 마케팅은 신뢰와 정직의 이미지를 추구하는 폭스바겐에 친환경이라는 ‘날개’까지 달아줄 것 같았다. 그러나 2015년 9월, 폭스바겐의 이미지를 뒤엎는 사건이 발생한다. 

미국 환경청(U.S.EPA)이 9월 18일 홈페이 지를 통해 폭스바겐을 상대로 대기오염방지법(CAA) 위반 통지서를 발행했다는 사실을 공개했다. 폭스바겐 차 량에 배기가스의 대기오염물질 테스트를 우회하는 소프트웨어가 설치됐다는 이유였다. 

폭스바겐의 가짜 친환경 날갯짓은 곧 전세계 소비자의 단체 소송이라는 폭풍으로 이어졌다. 이 사건은 세계에서 가장 유명한 그린워싱 (Greenwashing) 사례 중 하나로 남았다.

그린워싱 문제가 계속되고 있지만, 최근까지 그린워싱에 대한 당국의 규제는 형식적인 수준에 그치고 있다는 게 국제환경단체 그린피스의 지적이다. 

최근 3년간(2020~2022년) 국내에서 그린워싱으로 적발된 4940건의 사례 가운데 4931건(99.8%)은 법적 강제력이나 불이익이 없는 행정지도 처분을 받았고, 시정명령을 받은 경우는 9건(0.2%)에 불과했다. 이는 해외의 규제와 비교할 때 낮은 수준이다.


그린피스는 지난 8월 발간한 ‘그린워싱 실태 시민 조사보고서’에서 “프랑스는 2021년 8월, ‘기후·회복력법’을 공포했다. 이 법은 화석연료의 마케팅 및 판촉 광고를 금지하고 있다. 또한 기업이 탄소중립을 연상케하는 표현을 사용할 수 없는 경우를 규정하고있다”고 밝혔다.

이어 “온실가스 배출 보고서를 손쉽게 확인할 수 있도록 공개하지 않는 경우, 온실가스 배출을 최소화하는 노력을 기울인 후에 잔여 온실가스 배출을 상쇄하려는 시도를 하지 않는 경우 등이 여기 해당한다”며 “이러한 규정을 위반했을 때에는 법인의 경우 최소 10만 유로(한화 약 1억 4500만원)의 벌금이 부과된다”고 부연했다. 

그러면서 “프랑스의 법령은 벌금의 상한액이 아니라 하한액을 정했다는 측면에서 실효성이 있다. 또한 탄소 배출량 감축에 대한 정확한 근거를 요구한다는 측면에서 의미가 있다”며 “프랑스를 제외한 다른 국가의 그린워싱 규제도 국내 규제와 비교 했을때 그 정도가 강한편이다”면서 국내 그린워싱 규제 강화의 필요성을 강조했다.

◆ 그린워싱 규제, 국제 기준으로 보면 아직 미약...조금씩 변 화가 진행 중”

국내의 그린워싱 규제는 세계적 기준으로 보면 아직 미약한 단계이지만, 시민 사회의 꾸준한 노력으로 조금씩 변 화가 진행 중이다. 

2022년 10월, 환경단체 ‘기후솔루션’과 ‘소비자시민모임’이 공정거래위원회에 SK엔무브(당 시 SK루브리컨츠)의 ‘탄소중립 윤활유’ 광고를 부당한 표시·광고로 신고한 사례가 대표적이다. 

당시 SK엔무브는 탄소배출권을 구매해 자사의 제품을 만들었다며, 탄소배출량을 상쇄하였기에 이 윤활유를 ‘탄소중립’ 제품이라고 홍보했다. 그러나 해당 제품이 탄소배출권 구매를 통해 감축한 탄소량은 제품의 전체 탄소 배출량 가운데 일부 에 불과하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또한 SK엔무브는 탄소중립의 개념을 오용했다. 탄소중립의 핵심은 일단 온실가스 배출을 줄이기위해 노력한후, 더이상 감축하기 힘든 부분을 상쇄하는데 있다. 하지만 이 기업은 이러한 노력과는 거리가 있었다. 환경부는 해당 광고에 대해 행정지도를 내렸다. 

이에 대해 그린피스는 “강제력이 있는 시정명령보다 낮은 수위의 조치를 취했다는 점은 아쉽지만, 향후 그린워싱에 대한 정부의 기준 강화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차원에서 의미가 있다”고 밝혔다.

이어 “올해 6월, 공정거래위원회는 ‘환경 관련 표시·광고에 관한 심사지침’ 개정안을 행정예고하면서 심사기준을 구체화하고 다양한 예시를 추가했다”며 “그 과정에서 탄소 배출과 관련한 그린워싱 사례도 개정안에 포함했다. 2022년 공정위가 ‘탄소 중립’ 화석연료 상품에 대한 그린워싱 심사에서 무혐의 판단을 내렸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이와같은 정부당국의 관심과 조치는 상징적인 변화로 평가할 수 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심각해지는 기후위기와 그린워싱에 대한 전 세계적인 경각심 확대는 그린워싱 논의의 범위를 플라스틱, 친환경 식품등 일부 제품군을 넘어 기업경영측면까지 확장하고있다”며 “이번 공정위의 개정안에서도 이제 환경관련목 표나계획을 표시하고 광고할때, 세부이행계획과 전문인력, 기한 등이 설정된 정량적 목표를 갖출 것을 명시했다. 개정안의 취지는 기업이 환경 정책을 촘촘하게 수립하고 그에 따른 기후위기 대응 노력을 기울여야 하며, 이를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흐름은 그린워싱에 대한 사회적 관심과 논의를 촉발시킬 수 있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가 크다”고 강조했다.

◆ 그린워싱, 거짓말뿐 아니라 의도적 소비자들 오인 불러일으킬 만한 표현 사용”

기후위기 앞에서 기업들이 소비자들의 시선을 의식해 친환경 경영이 아니지만 유사하게 보이도록 친환경 이미지로 세탁하는 이 같은 그린워싱의 기준을 구체화 했다는 평가를 받는 캐나다의 친환경 컨설팅 회사 테 라초이스(Terra Choice)는 ‘그린워싱의 7가지 죄악 : 북미 소비 시장의 친환경 주장에 관한 연구1’에서 그린 워싱을 다음과 같이 정의했다. 


'환경과 관련된 기업의 실천, 또는 제품이나 서비스의 환경적 이점에 관해 소비자를 오도하는 행위.' 즉 그린워싱은 단순한 거짓말뿐 아니라 의도적으로 소비자들의 오인을 불러일으킬 만한 표현을 사용하는 행위를 모두 포괄한다. 같은 보고서에서 테라초이스는 그린워싱 행위의 상세 기준을 아래와 같이 공개했다.

상쇄효과 감추기(Sin of the Hidden Trade-off), 친환경적인 일부 속성에만 초점을 맞추고, 다른 속성이 가진 전체적인 영향은 숨기는 방식이다. 예컨대 유기농 소재를 사용한 패션 제품이라고 홍보하면 서, 화학 성분의 높은 비율을 은폐하거나, 생산 과정의 수질오염은 공개하지 않는 행위가 이에 해당한다.

증거 부족(Sin of No Proof),  친환경으로 볼 만한 근거가 불충분한 경우다. 제3자, 또는 독립된 기 관의 보증이 없거나, 친환경이라는 기업의 주장을 뒷받침할 근거를 찾을 수 없는 경우, 증거 부족의 유형 에 속한다. 예컨대, 휴지를 판매하면서 어떠한 근거도 없이 재활용 소재의 비율이 높다고 광고하는 행위가 이에 해당한다.

모호함(SinofVagueness), 친환경의정의가모호하거나너무광범위해오해할가능성이있는경 우를 말한다. 예컨대 ‘천연’을 강조한 마케팅이 이에 해당한다. 천연 재료는 자연에서 나왔음에도 불구하고 해롭거나 자연 파괴적일 수 있기에, 천연 재료를 사용한다고 해서 반드시 친환경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무관한 주장(Sin of Irrelavance), 친환경 제품 선택과 관련이 없거나, 그러한 선택에서 중요하지 않 은 사실을 내세워 제품을 친환경적인 것으로 인식하게끔 만드는 행위이다. 이를테면, CFC(염화불화탄소: 프레온가스)가 이미 법으로 금지되어 있으나 ‘CFC-free’를 표기한 제품을 광고하는 행위가 여기 해당한다.

눈속임(Sin of Lesser of Two Evils), 거짓된 주장을 통해 제품이나 서비스를 친환경적인 것으로 포장하는 행위이다. 예컨대 제품의 속 포장재가 플라스틱임에도 겉 포장재가 종이라는 사실을 강조하며 ‘100% 재활용 종이’라는 광고 문구를 사용하는 행위가 거짓말에 해당한다.

거짓말(Sin of Fibbing), 친환경적인 일부 속성에만 초점을 맞추고, 다른 속성이 가진 전체적인 영 향은 숨기는 방식이다. 예컨대 유기농 소재를 사용한 패션 제품이라고 홍보하면서, 화학 성분의 높은 비율 을 은폐하거나, 생산 과정의 수질오염은 공개하지 않는 행위가 이에 해당한다.

허위 라벨 (Sin of Worshiping False Labels), 특정한 이미지나 홍보문구를 이용해 자사의 제품 또는 서비스를 제3자의 보증을 받은 친환경 제품인 것처럼 홍보하는 행위이다.









[현장+] 30대 코스트코 노동자 일터에서 사망…노조 "3년째 열악한 근로환경 답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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