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Jtimes=김지아 기자] 하도급대금 지급 관행은 개선 흐름이 뚜렷해졌지만 제도적 뒷받침과 현장 점검은 여전히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주병기)가 23일 발표한 2025년 하도급거래 서면실태조사 결과에 따르면, 수급사업자의 체감 만족도가 전년 대비 뚜렷하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수급사업자의 53.9%가 "거래 상황이 개선됐다"고 응답했고, 거래에 "만족한다"는 비율도 72.3%로 전년(67.0%) 대비 상승했다. 조사 대상은 제조·용역·건설업종의 원사업자 1만 개, 수급사업자 9만 개 등 총 10만 개로, 2024년도 거래를 중심으로 대금 지급, 연동제, 계약서 교부, 지급보증, 기술자료 요구·제공, 기술탈취 등 현장을 폭넓게 점검했다.하도급대금 지급 관행도 개선 흐름이 뚜렷했다. 원사업자의 현금결제 비율은 91.2%로 전년(88.6%)보다 높아졌고, 법정 지급기일(목적물 수령일부터 60일) 내 대금을 지급받은 비율도 93.1%로 전년(90.1%)을 상회했다.
'돈이 제때 들어오는지'가 생존과 직결되는 수급사업자에게 지급 안정성의 개선은 체감도가 큰 변화다. 다만, 개선의 속도를 유지하려면 제도적 뒷받침과 현장 점검이 병행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연동제의 현장 안착은 절반의 성과로 평가된다. 연동제 적용대상 거래가 있었다고 응답한 비율은 원사업자 15.6%, 수급사업자 14.8%로, 적용 경험 자체는 제한적이다. 그럼에도 해당 거래에서 연동계약을 실제로 체결한 비율은 원사업자 73.3%, 수급사업자 73.5%로 비교적 높은 편이다.
문제는 연동제 의무 회피다. 수급사업자의 2.5%가 회피행위를 경험했다고 답했으며, 사유로는 '미연동 합의 강요'가 49.5%로 가장 많았다. 원가 변동을 거래 조건에 반영하는 연동제의 취지를 무력화하는 관행이 여전히 잔존한다는 방증이다.
건설 하도급의 대금지급보증은 지표 간 온도차가 뚜렷했다. 원사업자 기준으로 "지급보증을 해주었다"고 응답한 비율은 50.2%로 전년(63.2%)보다 감소했지만, 수급사업자 기준으로는 75.8%로 전년(67.6%) 대비 상승했다. 현장에서는 "보증이 있어야 공사를 안정적으로 진행할 수 있다"는 요구가 꾸준한 만큼, 제도 이행의 실효성을 높이는 세부 점검이 필요해 보인다.
한편 안전관리 업무는 수급사업자의 26.8%가 일부 수행했다고 응답했으며, 관련 비용 부담률(일부 부담 포함)은 58.2%로 전년(36.2%) 대비 크게 증가했다. 이후 원사업자로부터 부담 비용을 지급받은 수급사업자는 86.9%였으나, 비용 전가 논란은 여전히 현장의 갈등 요인이다.
기술자료 요구·제공은 원사업자 2.6%, 수급사업자 2.7%가 경험했다고 응답했다. 기술자료 제공 시 비밀유지계약(NDA) 체결률은 원사업자 67.4%, 수급사업자 44.5%로 격차가 존재한다.
더 큰 문제는 기술탈취다. 기술탈취로 손해를 입었다는 수급사업자는 2.9%로 전년(1.6%)보다 증가했으며, 피해 후 아무런 조치를 하지 않는 경우가 54.5%로 절반을 넘었다. 증거 확보의 어려움, 거래 단절에 대한 두려움, 소송 비용 부담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공정위는 연동제의 실효성 강화를 위해 적용대상을 에너지 비용까지 확대하고, '미연동 합의 강요'나 '쪼개기 계약' 등 회피행위를 차단하는 제도 개선을 병행하겠다고 밝혔다. 또한 지난 11월 24일 발표한 '하도급대금 지급 안정성 강화 종합대책'을 신속히 추진해 수급사업자가 일한 만큼 정당한 대가를 제때 지급받도록 하겠다는 방침이다.
기술탈취 근절을 위해서는 민간전문가로 구성된 기술보호 감시관, 익명제보센터 등 다양한 수단을 통한 직권조사를 확대하고, 피해기업의 증거확보 애로를 해소하는 제도 개선도 추진한다.
공정위는 이번 실태조사에서 확인된 대금 미지급 및 지급기일 미준수 등 법 위반행위에 대해 자진시정을 신속히 유도하고, 불이행 시 직권조사로 엄중 조치할 계획이다. 조사 통계자료는 국가통계포털(KOSIS)에 등록해 정책 및 학술연구의 기초자료로 활용될 예정이다.
결국 이번 실태조사는 "대금은 더 제때, 만족도는 더 높게"라는 긍정적 흐름을 확인하면서도, 연동제 회피·기술탈취·안전관리 비용 전가 같은 구조적 문제를 선명하게 드러냈다. 제도 개선과 법집행의 강도를 높여 현장에 안착시키는 것—그게 올해 개선의 성과를 내년에도 이어갈 수 있는 관건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