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Jtimes=정소영 기자] 국민연금의 석탄 관련 기업 투자전략이 감사원의 심판대에 올랐다. 전국 시민사회 연대체 ‘국민연금기후행동’은 지난 22일 서울 종로구 감사원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민연금이 지난해 의결한 ‘석탄 관련 기업의 에너지 전환 투자전략’이 국제 기준은 물론 자체 연구용역 결과마저 무시한 채 불투명하게 수립됐다며 공익감사를 청구했다.
국민연금기금운용위원회는 2021년 '탈석탄 선언' 이후 3년 반 만인 지난해 12월 후속 전략을 발표했지만, 매출 비중 50% 이상이라는 완화된 석탄기업 식별 기준과 5년 유예, 비공개 대화 등 느슨한 예외 조항을 포함해 사실상 국내 석탄투자 제한이 무력화됐다는 비판을 받았다. 국민연금이 의뢰한 연구용역에서는 '30% 이상' 기준과 정성 평가, 전환 지원 방안 등이 제안됐으나 최종 전략에는 반영되지 않았다.
◆"국민연금이 공공성과 책임 스스로 심각하게 훼손"
기후솔루션의 황보은영 연구원은 "국민연금 석탄투자 중에서도 특히 국내 비중이 더 높은 상황에서 국내 기업에 대해선 2030년부터 절차를 적용하겠다는 건 사실상 면죄부를 준 것"이라며 "국민연금은 또 스스로 발주한 연구용역 결과조차 따르지 않은 채, 국제적 기준에도 한참 못 미치는 전략을 택했다는 점에서 무책임하다"고 지적했다.
이어 "국민의 미래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전략이 어떤 검토 과정을 거쳐 결정됐는지 공개되지 않았고, 외부 이해관계자나 국민이 이를 평가하거나 의견을 제시할 기회도 제공되지 않았다"며 "이는 공공의 검증을 회피한 결정인 동시에 공공자산을 다루는 기관으로서 국민연금이 공공성과 책임을 스스로 심각하게 훼손한 것"이라고 꼬집었다.
기후변화청년모임 빅웨이브 도유라 활동가는 "34조원 규모의 석탄투자와 실효성 없는 전략은 청년들이 살아가야 할 기후환경과 연금의 장기적 수익 모두를 위협하는 파괴적인 정책"이라며 "지금의 석탄투자 제한전략은 필요성에 대한 이해도, 탈석탄에 대한 의지도 없다는 걸 보여준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국민연금이 막대한 영향력을 인식하고 진짜 탈석탄 이행에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기업위 막대한 온실가스 배출은 기후위기 가속화하고 국민연금의 수익성에도 큰 위협"
충남환경운동연합 조순형 탈석탄 팀장은 “이재명 정부가 약속한 2040 탈석탄을 위해 제일 먼저 해야 할 일이 기후금융의 석탄발전 투자제한 전략”이라며 “국민연금 포트폴리오 내에서 온실가스 배출량이 많은 기업의 막대한 온실가스 배출은 기후위기를 가속화하고 국민연금의 수익성에도 큰 위협이 될 수 있다“고 비판했다. 이어 “국민연금의 석탄발전소 투자로 인한 대기오염과 건강피해는 석탄 인근 지역 주민들에게 더 큰 고통을 주고 있다”고 즉각적인 화석연료 투자 중단을 촉구했다.
단체들은 특히 정은경 신임 보건복지부 장관을 향해 국민연금 기금운용위원장으로서 탈석탄 정책을 주도할 것을 요구했다. 기후위기는 단순한 환경 문제가 아닌 국민 건강과 생명에 직결된 국가 보건 위기라는 점에서 보건 전문가 출신 장관의 역할이 중요하다는 입장이다.
기후솔루션과 CREA(핀란드 에너지·청정대기연구센터)의 분석에 따르면, 국민연금의 석탄 투자로 인한 대기오염 피해로 2021~2022년 동안 약 1970명의 조기 사망이 발생, 이 중 220여 건은 국민연금 투자와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것으로 추정된다. 지난달 한국리서치 조사에서도 국민 44%가 "국민연금은 석탄발전 투자를 축소해야 한다"고 응답했다.
국민연금기후행동은 ▲석탄투자 제한전략 재검토 ▲금융배출량 감축 및 장기 수익률 제고를 위한 주주활동 강화 ▲의사결정 과정의 투명성 확보 및 국민 공개 등을 요구했다. 이번 청구에는 400명의 시민 서명이 동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