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KJtimes=정소영 기자] 지난 28일, 제30차 국제해저기구(ISA) 회의가 폐막한 가운데, 국내 주요 기업인 고려아연이 투자한 ‘더 메탈스 컴퍼니(The Metals Company, TMC)’가 국제법 위반 혐의로 ISA 이사회 조사를 받게 되면서 그 파장이 주목되고 있다.
이번 조사는 심해채굴을 둘러싼 국제사회의 환경 보호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진행되는 것이어서 고려아연의 향후 행보에 귀추가 주목된다.
◆고려아연의 '심해 투자', 국제사회의 도마 위로
고려아연은 TMC에 약 8500만 달러를 투자해 지분 5%를 확보하고 있으며, 향후 추가 지분 매입 권리까지 보유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TMC는 세계 최초로 국제 해저에서 상업 채굴 신청서를 제출한 기업으로, 이번 ISA 이사회는 TMC의 자회사인 나우루 해양자원공사(NORI)와 통가 해양채굴사(TOML)를 포함한 채굴 계약자들이 유엔해양법협약(UNCLOS)을 준수하고 있는지 조사에 착수했다.
UNCLOS는 심해 자원을 ‘인류 공동의 자산’으로 규정하고 있어, 이번 조사는 TMC의 사업 적법성뿐만 아니라 고려아연의 투자 윤리성까지 국제사회의 정밀한 조사를 받게 할 것으로 보인다.
◆심해채굴 모라토리엄 확산…고려아연의 입장 표명 압박 거세져
ISA 회의 기간 동안 크로아티아가 심해채굴에 대한 모라토리엄(잠정중단)을 공식 선언하면서, 모라토리엄에 동참한 국가는 총 38개국으로 늘었다. 팔라우, 프랑스, 파나마 등 고위급 대표들까지 국제사회에 심해채굴 중단을 촉구하며 압박 수위를 높이고 있다.
그린피스 인터내셔널의 루이사 카슨 캠페이너는 “국제사회는 더 단호한 태도로 TMC와 같은 일탈 행위자로부터 다자주의를 지켜내야 한다”며 “각국은 심해채굴에 대한 모라토리엄을 선언하고, 심해는 세계 공동의 자산이라는 점을 다시 한번 확인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이러한 국제사회의 움직임은 TMC에 투자한 고려아연에게도 직접적인 영향을 미칠 것으로 예상된다.
◆한국 정부의 '해양 선도국' 선언과 고려아연의 책임
한국 정부는 제4차 유엔 해양총회 유치를 공식 선언하며 해양 선도국으로서의 위상을 공고히 하고자 한다. 이미 지난 3월 동아시아 최초로 BBNJ(국가관할권 이원 지역의 해양생물 다양성 보전 및 지속 가능한 이용을 위한 협정)를 비준하고 제10차 아워오션컨퍼런스를 개최하는 등 해양 보호에 대한 의지를 보여왔다.
그러나 그린피스 해양 캠페이너 김연하는 “이미 유엔 해양총회를 개최한 스웨덴, 포르투갈, 프랑스 등은 심해채굴 모라토리엄을 공식 지지했다”며 “한국이 진정한 해양 선도국으로 도약하기 위해서는 모라토리엄을 공식 지지해야 하며, 이는 고려아연과 같은 기업의 활동에도 영향을 미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심해는 지구상 가장 큰 탄소 저장고로, 기후위기 시대에 철저히 보호돼야 할 대상이라는 주장도 덧붙였다.
이번 ISA의 TMC 조사 결과와 국제사회의 모라토리엄 확산 움직임이 고려아연의 심해채굴 투자 전략에 어떤 변화를 가져올지, 그리고 한국 정부의 해양 정책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관심이 집중된다.